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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에 폭탄 던진 전현희? "與 투기조사 결과에 당황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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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8일 미육군 아파치 헬기 사격 소음 민원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리를 방문했다. 사격 소음 측정 장소를 방문한 전현희 위원장이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측정 방법 등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8일 미육군 아파치 헬기 사격 소음 민원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리를 방문했다. 사격 소음 측정 장소를 방문한 전현희 위원장이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측정 방법 등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결과적으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친정에 폭탄을 던진 셈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2명의 부동산 불법 거래·보유 의혹이라는 폭탄이다. 전 위원장은 위원장으로 임명되며 당을 떠났지만, 원래는 민주당 소속이었다. 권익위 관계자는 8일 “전 위원장이 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당황스러워하는 듯한 분위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민주당이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을 조사해달라고 권익위에 요청했을 때 조사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민주당 출신 위원장이 있는 기관이 민주당을 조사하는 것이 ‘셀프 조사’라는 야당의 지적 때문이다. 전 위원장은 그러자 “조사에 개입하지 않고, 보고도 받지 않겠다”며 조사 전반에 대해 회피 조처를 했다.

전 위원장이 실제로 조사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되면서 결국 민주당이 타격을 받는 결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번 조사와 관련, 권익위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전원위원회의가 두 차례 열렸는데 전 위원장은 둘 다 불참했다. 전 위원장은 조사 과정을 중간에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권익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 대해 전 위원장이 주변에 답답함을 토로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번 조사를 위해 권익위 내부 인사들로 꾸려진 부동산거래특별조사단도 전 위원장 측의 개입을 경계했다고 한다. 예컨대 ‘조사가 지체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대변인실이 조사단에 전달하자 조사단 측에서 “전 위원장이 시킨 것이냐”며 반발한 적도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전 위원장도 발표 당일에 조사 결과를 받아봤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선 그래서 “전 위원장이 자신의 책임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는 시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권익위에 조사를 요청했을 당시 전 위원장이 ‘논란이 될 바에는 책임은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원칙적으로 하자’고 판단했다는 분석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 판단으로 전 위원장이 조사 시작부터 손을 뗐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전 위원장을 믿고 조사를 의뢰했다가 낭패를 당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또 민주당 내에선 “전 위원장이 민주당으로 돌아올 수 있겠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당사자인 전 위원장은 주변에 이번 조사가 자신의 영향력 바깥에서 일어난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 위원장이 청와대와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 ‘나는 이해충돌 문제 등을 이유로 이번 건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말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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