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무기징역 구형했지만, 檢 "권력비리 아니다" 면죄부

중앙일보

입력 2021.06.09 05:00

업데이트 2021.06.09 09:57

옵티머스 자산운용 전경. [뉴시스]

옵티머스 자산운용 전경. [뉴시스]

검찰이 8일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에게 무기징역과 벌금 4조 578억원을 구행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서민들에 허위로 펀드를 판매해 5500억원대 피해를 끼친 데 대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선 "김 대표가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호도한 것"이라며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검찰 결심서 정관계 로비 의혹 '허위' 주장
"김재현 대표가 권력형 비리로 호도한 것"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 허선아)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연상케 할 정도의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말했다. “김재현 피고인이 수익률은 낮지만 발주처가 공공기관이라 매우 안전한 상품이라는 허울을 내세워 투자자를 유치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허위 내용의 매출채권 계약서를 발급하는 등 범행의 인식도 없이 역할을 나눠 수행했다”며 중형을 구형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대표와 함께 기소된 윤석호 변호사에 대해선 징역 20년에 벌금 3조 4281억원을,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씨에겐 징역 25년에 벌금 3조 4281억원을 구형했다. 송상희 옵티머스 사내이사ㆍ유현권 스킨앤스킨 고문은 각각 징역 10년ㆍ15년에 벌금 3조 4281억원, 856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이 피고인 네 명에게 구형한 벌금 액수만 14조원에 이른다.

검찰은 “이 사건은 서민 다중 피해 범죄로 피해자 대부분이 노령층이었고, 이들은 평생 모은 퇴직금이나 자녀 교육비 등을 투자했다”며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 금액이 얼마나 회복될지도 전혀 알 수 없다”고도 했다.

김씨는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옵티머스 대표로 재직하면서 “안정적인 공공기관의 관급공사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3200여명으로부터 1조 3526억원을 받아가 부실채권에 투자한 뒤 ‘돌려막기’한 혐의(특경가법 사기·자본시장법 위반 등)로 구속기소됐다. 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은 피해액만 5542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검찰은 특히 “김 대표 등이 이 사건을 정관계 로비사건으로 호도하며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피고인 김재현은 지난해 5월 10일자로 ‘펀드 하자 치유’ 문건을 작성한다”며 “그 내용은 전직 부총리, 전직 검찰총장 등 옵티머스 고문들이 펀드 운용에 실제 영향을 행사했고, 정부 및 여권 관계자가 펀드 자금 운용에 깊이 관여한 것처럼 기재됐다”며 “이 문건 작성 경위는 금감원이나 검찰에 보일 목적으로 과장되게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김 대표가 자신의 사기 범행을 은폐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이 사건을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호도했다”고도 했다.

옵티머스 사태 주요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옵티머스 사태 주요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해 부실펀드 판매의혹에 대한 고발수사로 시작된 옵티머스 사건은 검찰이 언급한 ‘펀드 하자 치유’ 문건을 기점으로 정관계 유착비리 의혹으로 확대되는 듯했다. 이 문건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 전직 실세들의 실명이 적혀 있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에 배당했던 사건을 경제범죄형사부로 재배당하고 정관계 로비 수사를 벌여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수사 인력 대폭 증원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공판에서 “권력형 비리 의혹 제기는 김 대표의 범행 수법에 불과했다”고 밝힌 셈이다. 관련 수사 역시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검찰이 이 전 부총리와 양호 전 나라은행장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지만, 이들이 불법행위에 관여했는지 여부는 밝히지 못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사건 초반 옵티머스 이사인 윤석호 변호사의 부인 이모씨가 2019년 10월부터 2020년 6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금융감독원의 감찰 무마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한 옵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 관련 기소자는 지난 1월 옵티머스로부터 4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모(61) 전 금융감독원 부국장이 거의 유일하다.

재판부는 이날로 공판을 마무리하고 내달 20일 김 전 대표에 대해 판결 선고를 할 예정이다.

김 전 대표 사건과 별개로 옵티머스 펀드 설립자인 이혁진 전 대표(54)의 국내 송환 시기도 오리무중이다. 지난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에 동행했던 이 전 대표는 이후 행적이 묘연해졌다. 상해 혐의 등으로 그를 조사하던 수원지검은 기소 중지를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선거캠프 금융정책특보를 맡았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는 한양대 86학번 동문이다. 옵티머스 임원진 모두 한양대 인맥으로 알려져 있다.

잠적한 이 전 대표가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머무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미국에 머무르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판하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이 전 대표에 대해 “지난달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다”고 밝혔지만 송환 절차는 8개월을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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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강광우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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