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띄운 '이재용 가석방'···경영복귀 명줄, 박범계가 쥔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09 05:00

업데이트 2021.06.09 08:47

특별사면(특사)이냐, 가석방이냐.

여권발(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복권론과 가석방론이 동시에 거론되는 가운데 결국 핵심은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가능한지 여부라는 지적이 8일 법조계에서 나왔다.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외형적으로 형 집행이 종료된다는 점은 같지만, 사면·복권은 즉시 경영 복귀가 가능하고 가석방인 경우엔 법무부의 취업제한 해제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사면 또는 석방론의 배경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일선 경영 복귀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정적 차이를 갖는다.

가석방으론 취업제한 안 풀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뉴스1

우선 가석방은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통상 형기의 3분의 2 이상 지난 수형자를 상대로 수형자 나이와 범죄 동기, 죄명, 형기, 교정 성적, 건강 상태, 가석방 후의 생계 능력, 생활 환경, 재범의 위험성 등에 대해 심사를 거쳐 결정한다(형집행법 121조 2항).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 주장해 주목받았다. 가석방 최종 책임자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당 대표가 말씀하신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호응했다.

하지만 가석방은 조건부 임시 석방 제도라 이 부회장의 86억원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는 유지된다. 특정경제범죄법상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죄로 징역형을 받으면 범죄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형 집행 종료 뒤 5년까지 취업할 수 없다(특정경제범죄법 14조 1항). 다만, 법무부 장관의 승인이 있으면 취업이 가능하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도, 취업 승인도 결국 박범계 장관에게 달린 셈이다.

취업제한돼도 ‘배후 경영’ 가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스1

형 집행을 조건 없이 면제해 주는 특사도 법무부 장관의 상신을 거치지만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라 통치 행위에 가깝다. 사법 행위인 가석방보다는 정무적 판단이 섞이는 영역이다. 그러나 사면만으론 취업제한 등 부수적 효과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복권이 병행돼야 이 족쇄가 풀린다.

다만, 이 부회장이 수감 전에도 무보수로 근무해 온 데다 2019년 10월부턴 등기임원에서도 빠진 상태라 취업제한에 걸리지 않고 ‘배후 경영’이 가능하단 시각도 있다. 실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4년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이듬해 사면·복권되기 전까지 “무보수로 재직 중이라 취업이 아니다”라는 논리로 경영에 관여해 왔다.

반면, 2014년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우 취업제한 기간이 만료된 지난 3월에야 7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집행유예의 경우 그 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까지 취업이 제한된다. 여권과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경영 역할을 전제로 석방론을 펴고 있어, 이 부회장은 복권 없이도 최 회장의 ‘무보수 경영’ 전례를 따를 수 있다.

‘정치적 가석방’ 법적 타당성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와 오찬을 겸한 간담회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와 오찬을 겸한 간담회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특별사면·복권이 이뤄지면 이 부회장은 아무런 제한 없이 경영에 복귀할 수 있다. 이 부회장 사면·복권과 관련해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해 오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4대(삼성·SK·LG·현대차)그룹 오찬 회동에서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며 그 가능성을 열어뒀다. 검찰이 지난 4일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혐의에 대해 약식기소한 것도 이 부회장에겐 유리한 여건이다. 가석방 기간 중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재수감될 수 있다.

다만, 여의도발(發)로 가석방 주장이 나온 데 대해선 견해가 분분하다. 가석방은 현행 형법상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가능하다. 하위 법규인 법무부 예규상으론 형기의 65%, 실무에선 형기의 80% 이상 경과자에게 허가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가석방 대상 복역률을 7월부터 60%까지 낮추겠다고 예고했다. 징역 2년 6개월 중 1년 5개월(사전구속 포함)을 복역한 이 부회장은 이 기준을 충족한 상태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정치권이 먼저 가석방을 주장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면이 일종의 정치적 행위라면 가석방은 법 집행 행위이기 때문에 그 대체물이 될 수 없다”며 “명확한 기준 없이 정치권의 의지로 가석방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 행위에 정치권이 개입해서 좌지우지하는 것 자체가 온당하지 않다”며 “기업인에 대한 사면은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워 안 하려고 하면서 법 집행을 정치 논리에 따라 고무줄처럼 만들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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