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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검사를 통제하는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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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정효식 기자 중앙일보 사회부장
정효식 사회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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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청와대 원년 멤버 가운데 계속 살아남은 사람. 직속 상관인 신현수 민정수석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유임 등 검찰 인사 패싱 논란 끝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동반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그는 자리를 지켰다. 한총련과 민변 출신인 그는 소위 ‘검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란 미명으로 벌어지는 검찰개혁의 기획자·주도자로 불린다. 쉽게 말해 청와대의 검찰 통제에 관한 한 최고 실세라는 말이다. 이광철(51) 민정비서관 이야기다. 그는 초대 조국 민정수석 시절엔 백원우 민정비서관 아래 선임행정관이었다. 조국 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이동하며 민정비서관에 승진했다. 이후 상관인 민정수석은 올해 1~2월 신현수 수석 체제 두 달을 제외하곤 3명 째 감사원 출신이 맡고 있다. 같은 수석실의 반부패비서관은 박형철→이명신→김기표, 법무비서관은 김형연→김영식→서상범, 공직기강비서관 최강욱→이남구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교체될 때도 법무·검찰을 관장하는 그는 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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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그는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기소를 피했다. 청와대가 직접 연루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선 상관인 백원우 비서관과 박형철 비서관 등은 기소됐지만, 그는 지난 4월 이성윤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나 공범으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팀은 그가 불법 출금을 주도했다고 판단해 지난달 기소 의견을 올렸지만 대검 수뇌부가 묵살하고 있다.

거꾸로 지난주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김학의 출금 수사를 지휘한 오인서 수원지검장은 옷을 벗어야 했다. 대통령 후배와 법무장관 후배를 서울고검장과 서울중앙지검장에 각각 임명한 대신 윤석열 전 총장과 가까운 이들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에 발령해 수사라인에서 배제했다. 이어 박범계 장관은 원전 수사, 기획사정 수사를 주도한 일선 지검·지청 형사부가 아예 직접수사를 못하게 하는 검찰 직제개편(대통령령)을 밀어붙이고 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중대수사청 신설과 검찰청 폐지 등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을 처리하기 어렵게 되자 국무회의 의결로 졸속 추진한다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이것이 이광철발 청와대 수사의 보복이라면 과언인가. 검찰의 민주적 통제는 청와대의 통제가 아니라 검찰의 중립과 독립, 국민 감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군사정권이 국민과 야당을 억압하려 만든 민정수석실의 검찰 통제를 그대로 둬야 하나.

정효식 사회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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