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민권익위 전수조사 결과, 부동산 불법 소유·거래 의혹이 있는 소속 의원 12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에게 탈당을 권유했다. 권익위의 관련 명단 통보 후 하루 만의 결정으로, 해당 의원들의 해명도 듣지 않은 채였다. 헌정 사상 비위 의혹 때문에 현역 의원이 이 정도 규모로 징계를 받은 건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더욱이 586의 상징적 인물(우상호)까지 포함됐다.
권익위 통보 하루 만에 명단 공개 #엄정한 대응으로 투기 뿌리뽑아야
4·7 재·보선 참패로 나타난 혹독한 부동산 민심 때문일 것이다. 이대론 대선이 불가능하다는 게 민주당의 위기의식이기도 하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송영길 대표가 어제 명단을 받고 잠을 이루지 못하며 깊은 고민을 했다”거나 “제 식구 감싸기로 보일까 봐 소명을 듣지 않고 결정했다. 의원들이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으로 해 달라”고 말한 데서도 드러난다. ‘과도한 선제적 조치’라도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론 지난 3월 김태년 당시 원내대표가 “국민권익위 전수조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문제 있는 의원은 단호히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는데, 그 말을 지킨 셈이 됐다.
다만 송 대표가 “연루자는 즉각 출당 조치하고 무혐의 확정 이전까지 복당 금지 등 엄격한 윤리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했던 것과 달리, 탈당 권유에 머무른 건 아쉽다. 의원에게 호소하는 형식인 데다 탈당하더라도 언제든 복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어서다. 비례대표인 양이원영·윤미향 의원의 경우 탈당 대신 출당 조치한 것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배려로 볼 수 있다. 또 12명 중에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가 무혐의 처분한 김한정·양이원영 의원 등이 포함됐는데, 민주당에선 “무혐의로 처리되면 당연히 당으로 돌아올 수 있는 자격이 된다”고 하니 의아하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이번 충격적 조치가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에 관한 한 확실한 변곡점이 되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해당 의원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조금 더 기대한다면 이번 권익위 조사가 민주당 의원과 가족 816명의 부동산 현황을 제출받은 뒤 등기부등본과 교차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을 뿐, 일부 의원이 금융거래 내역 제출을 거부했고 차명 거래는 조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명백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진짜 문제 있는 의원들은 빠져나갔을 것이란 우려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 검증이 이뤄져야 민주당이 주장하는 ‘엄정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힘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선 안 된다. 의원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의뢰하겠다는 건데, 감사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 없는 얘기가 된다. 의지가 있다면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