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김오수도 반발하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 사전 승인’

중앙일보

입력 2021.06.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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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JTBC 기자 휴대전화에 잡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폭행 의혹 장면. [JTBC 뉴스 캡처]

JTBC 기자 휴대전화에 잡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폭행 의혹 장면. [JTBC 뉴스 캡처]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무너뜨리려는 현 정권의 집요한 시도에 ‘친정부’로 분류된 김오수 검찰총장마저 반발하고 나섰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해 어제 대검찰청이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훼손”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6대 범죄’로 축소한 조치도 모자라 일선 검찰청 형사부가 직접 수사에 나설 경우 검찰총장과 장관의 사전 승인까지 받도록 한 내용이 개편안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지목된다.

대검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훼손”
정치인 장관의 수사 개입 막아야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한 검찰청법 8조는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장관의 수사 개입을 최소화하는 취지다. 그런데 지청에서 진행하는 직접수사에 대해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면 법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여 온 일련의 수사 구조 개편으로 검찰 권한은 많이 축소됐다. 검찰에서 수사권을 대폭 넘겨받은 경찰은 LH 수사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서 보듯이 권력자의 비리를 엄정하게 다룰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신설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인력도 못 채운 상태에서 갈피를 못 잡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이미 위축된 검찰 직접수사마저 정치인 장관의 손아귀에 들어가면 권력 감시는 사실상 공백 상태가 된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의 면면이 어떤가. 박 장관은 국회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에서 야당 인사의 목을 조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다. 전임인 추미애 장관은 아들이 군 휴가 미복귀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서울동부지검은 무혐의 처리했으나 서울고검이 항고 사건 수사에 들어가 파문이 일었다. 이번 검찰 수뇌부 인사에서 당시 서울동부지검 지휘부는 승진했고, 조상철 당시 서울고검장은 검찰을 떠났다. 조국 전 장관은 가족까지 검찰 수사를 받았다. 어제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조 전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 활동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에서 벌금 80만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이 과연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했는지, 여당과 야당을 공정하게 다룰 만한 인물인지는 개인 SNS만 잠시 훑어봐도 바로 답이 나온다. 검찰의 직접수사 착수 여부를 법무부 장관이 결정하도록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 보듯 훤하다.

일선 지검과 지청에서 수사하는 개별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개편안 내용도 바람직하지 않다. 형사법 전문가인 이완규 변호사는 “검찰청법상 검찰총장이 검사의 수사권 행사를 ‘불승인’할 경우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총장의 승인도 위법 논란이 제기되는 마당에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발상은 용납이 안 된다. 검찰을 정치에 예속시키는, 민주주의의 퇴보를 초래하는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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