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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6월, 당신 덕에 많이 행복했습니다…잘가요, 유상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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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당신과 함께한 그날의 함성과 영광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손흥민)

축구인·팬, 해외서도 애도 물결 #FIFA “당신은 언제나 월드컵 영웅” #홍명보 “추억 너무 많아 안타깝다” #오늘 월드컵 2차예선서 추모행사

“제가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감독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계신 곳에서 꼭 지켜봐 주십시오.” (이강인)

2002 월드컵 폴란드전에서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는 유상철과 동료들. [중앙포토]

2002 월드컵 폴란드전에서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는 유상철과 동료들. [중앙포토]

췌장암 투병 중이던 유상철(50) 전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세상을 떠난 다음 날인 8일 각계 애도가 이어졌다. 7세 때인 2007년 축구 예능 프로 ‘날아라 슛돌이’에서 유 전 감독과 사제지간으로 만난 이강인은 “감독님은 제게 처음으로 축구의 재미를 알려주신 감사한 분이셨습니다. 감독님이 저에게 그러셨던 것처럼 저도 앞으로 후배들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의 밝은 미래와 무궁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진 빈소에도 온종일 선후배 축구인과 팬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날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쓴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황선홍 전 대전시티즌 감독,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 김남일 성남FC 감독, 이천수 대한축구협회 사회공헌위원장, 안정환, 이민성 대전시티즌 감독, 현영민 JTBC 해설위원 등이 빈소를 찾았다.

8일 서울아산병원 빈소에는 온종일 선후배 축구인과 팬의 조문이 이어졌다. [뉴시스]

8일 서울아산병원 빈소에는 온종일 선후배 축구인과 팬의 조문이 이어졌다. [뉴시스]

홍명보 감독은 “한국에서도, 대표팀에서도, 일본에서도 (추억이) 너무 많다”며 “그런데 앞으로는 서로 만나지 못하고, 우리의 추억 거리를 가슴 속에만 묻어둘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고 슬퍼했다. 유 전 감독은 2019년 5월 인천의 사령탑에 올랐다가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뒤 이듬해 1월 사임했는데, 이천수 위원장은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인천의 전략강화실장을 지냈다. 이 위원장은 “젊었을 때는 정말 멋있는 선배님이었고, 최근에 같이 일하면서 감독으로서도 참 멋있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보내드리기 싫지만, 보내드려야 한다면 좋은 곳으로 잘 보내드려야 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조문 온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멀티 플레이어로서 늘 필요한 곳에서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해준 데 대해 감사를 전한다. 금방 축구계로 돌아올 듯했는데, 이렇게 빨리 가실 줄 몰랐다”고 했다. 축구협회는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스리랑카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에서 전광판에 유 감독 헌정 영상을 틀고 묵념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전 대한축구협회장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도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았다.

해외 축구계도 애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공식 계정에 유 전 감독의 선수 시절 국가대표 경기 출전 사진과 함께 “한번 월드컵 영웅은 언제나 월드컵 영웅”이라며 추모 메시지를 올렸다. 유 전 감독이 현역 시절 활약했던 일본 J리그 요코하마 매리너스도 트위터를 통해 “지난해 홈 개막전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안타깝다”며 슬픔을 함께했다. 손흥민의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과거 박지성이 뛰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각각 SNS에 추모의 뜻을 표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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