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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된 아파트 새 집 됐다"···4억 들여 집값 15억 올린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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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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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리모델링 준공 예정인 개포우성9차 과거 모습(왼쪽)과 리모델링 후 조감도. 포스코건설

11월 리모델링 준공 예정인 개포우성9차 과거 모습(왼쪽)과 리모델링 후 조감도. 포스코건설

올해 하반기에 리모델링 아파트가 처음으로 일반분양한다. 기존보다 주택을 더 지을 수 있는 세대수 증가 리모델링이 2012년 허용된 지 9년 만이다.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리모델링 붐 낳은 공급 부족 #강남 첫 분양, 3500여가구 사업승인 #재건축 부진, 신축 공급 부족에 #사업 급속 확산하고 몸값 뛰어 #용적률 제약, 공사 중 보유세 내야

8일 서울 송파구 오금동 오금아남 리모델링조합에 따르면 이 아파트가 리모델링해 짓는 327가구 중 조합원 몫을 제외한 29가구를 하반기에 분양한다. 1992년 준공한 이 아파트는 집 크기를 기존(37~84㎡, 이하 전용면적)보다 최고 40% 넓히고 29가구를 추가한다.

한종남 조합장은 “거의 30년 만에 새 아파트로 다시 태어나는 셈이어서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오금아남에 이어 송파구 송파동 성지, 강동구 둔촌동 둔촌현대1차, 용산구 이촌동 현대, 경기도 성남시 분당 무지개마을4단지 등이 사업승인을 받고 분양과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건립 가구수가 기존보다 400가구 늘어난 3500여가구다.

7년만에 리모델링 단지 입주 

7년간 끊겼던 리모델링 단지의 입주가 다시 시작된다. 2년 전 착공한 강남구 개포동 개포우성9차(232가구)가 11월 준공 예정으로 막바지 공사 중이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래미안로이뷰(옛 청담두산) 등이 입주한 2014년 이후 리모델링 아파트 준공이 없었다.

재건축에 가려져 있던 리모델링 시장이 붐을 맞고 있다. 수도권 1기 신도시에 이어 지방으로 추진 단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지난달 말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에 리모델링 활성화를 담았다. 리모델링은 재건축만큼 완전한 환골탈태가 아니어서 관심을 덜 끌었다. 전면 철거하지 않고 기존 뼈대를 활용해 집 크기를 키우고 주택 수를 일부 늘리는 사업이다.

최근 리모델링 확산은 재건축 규제와 도심 신축 주택 부족의 반사이익이다. 재건축이 주춤하며 도심 새 아파트 공급이 뜸한 사이 신축 가격이 급등하면서 리모델링에 날개를 달아줬다. 재건축보다 사업 장벽이 낮고, 공사비 이상으로 집값이 뛰어 사업성이 좋아졌다. 일반분양분 분양가가 많이 올라 사업비 부담도 덜 수 있다.

리모델링과 재건축

리모델링과 재건축

리모델링 사업승인을 받은 2018년 3월 13억원이던 개포우성9차 84㎡의 현 시세가 24억~25억원 정도다. 리모델링 추가분담금 4억원 정도를 합치면 28억~29억원이 필요하다. 개포우성9차 인근 미래공인 정준수 사장은 “새 아파트 수요가 많아 입주 무렵에는 30억원까지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금아남은 일반분양으로 조합원당 추가분담금을 30% 정도인 1억원가량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리모델링은 기존 가구수의 15%까지 더 지을 수 있어 주택공급 확대에도 기여한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1990년대 1기 신도시 등에 대거 공급된 아파트가 빠르게 노후화하는 상황에서 재건축은 까다롭고 요원해 리모델링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 대안 아니다

그런데 리모델링은 재건축의 대안이 아니다. 신민수 포스코건설 리모델링팀장은 "재건축할 수 있으면 리모델링할 수 없고, 리모델링할 수 있으면 재건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둘 다 안전진단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안전진단 C등급 이상으로 구조안전에 문제가 없어야 리모델링할 수 있다. D등급 이하가 재건축 대상이다.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리모델링할 수 있고, 탈락해야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리모델링 방법은 층수를 높이는 수직증축, 옆으로 늘리는 수평증축, 동을 더 짓는 별동증축으로 나뉜다. 수직증축은 하중이 늘어나는 것이어서 안전진단 B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안전성 검토와 추가 안전진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재 송파동 성지만 유일하게 수직증축 사업승인을 받았다. 수직증축은 15층 이상은 3개층, 14층 이하에선 2개층까지 가능하다.

수평증축은 건물 앞뒤나 좌우로 늘리는 식이다. 별동증축은 재건축처럼 새 건물을 짓는 장점이 있다. 단지에 따라 대개 혼합해 공사한다.

최근 쌍용건설 등을 시공사로 정한 가락쌍용1차 아파트 현재 모습(위)과 리모델링 후 조감도. 쌍용건설

최근 쌍용건설 등을 시공사로 정한 가락쌍용1차 아파트 현재 모습(위)과 리모델링 후 조감도. 쌍용건설

리모델링 단지에 한계가 있다. 기존 내력벽을 유지한 채 공사를 하다 보니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공사로 층고가 낮아지거나 평면이 앞뒤로 길쭉해질 수 있다. 채광·환기 등에 좋은, 가로로 긴 직사각형 평면을 만들기 어렵다. 시장에서 리모델링 단지 몸값이 대개 재건축의 90% 정도로 평가받는 이유다.

가락쌍용1차 리모델링 전후 평면도.

가락쌍용1차 리모델링 전후 평면도.

업계와 주민들은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로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 연면적 비율) 제약과 공사 중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과를 꼽는다.

내력벽 철거 허용 '난제' 

이광만 쌍용건설 리모델링팀장은 "리모델링이 법적으론 용적률을 포함한 각종 건축 규제의 완화 적용을 받지만 현실에선 자치단체에 따라 기준이 차이 난다"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이주 후 공사 기간에도 리모델링 아파트는 보유세를 내야 한다. 멸실처리되지 않고 등기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개포우성9차 리모델링 공사기간인 2019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84㎡의 보유세가 총 1400만원 가량이다.주민들은 “사실상 없어진 집에 보유세를 내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내력벽 철거 허용 요구도 있지만 이는 안전과 직결된 민감한 사안이어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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