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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떠밀려온 작은 시신···두살배기 난민, 아르틴의 비극[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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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와 박해를 피해 가족과 도버 해협을 건너던 두 살배기 아르틴 이라네저드의 여정은 8개월 만에 끝났다. 다만 아르틴이 마지막으로 닿은 곳은 꿈꾸던 영국이 아닌 노르웨이의 차가운 바닷가였다.

영국해협을 건너다 사망한 두 살배기 유아 아르틴 이라네저드. [로이터=연합뉴스]

영국해협을 건너다 사망한 두 살배기 유아 아르틴 이라네저드. [로이터=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노르웨이 경찰은 “올해 초 노르웨이 해안에 떠밀려 온 시신의 신원이 지난해 10월 말 실종된 아르틴 이라네저드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1월 1일 노르웨이 남서부 카르모이 인근 해안에선 구명조끼를 입은 채 숨진 어린아이가 발견됐다. 당시 노르웨이 경찰은 인근에서 실종 신고가 없었고, 입고 있던 옷 또한 노르웨이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에서 외국인 일 수 있다고 판단해 DNA 검사를 진행했다.

이후 약 5개월이 걸려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법의학 연구진은 노르웨이에 사는 쿠르드계 중 아르틴의 친척을 찾아냈고, 신원 확인의 실마리가 풀렸다.

가디언에 따르면 아르틴의 가족은 지난해 10월 27일 프랑스 북서부 됭케르크 인근 룬 플라주에서 19명의 난민과 함께 작은 어선을 타고 영국으로 넘어가려 했다. 그러나 강풍에 배가 뒤집히며 변을 당했다. 당시 아르틴의 35살 부모, 9살 누나, 6살 형은 모두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지만, 아르틴은 발견되지 않아 실종 처리됐다.

아르틴과 그 가족들의 사진. 왼쪽부터 아르틴의 부친과 아르틴, 아르틴의 모친, 9살 누나, 6살 형. [트위터 캡처]

아르틴과 그 가족들의 사진. 왼쪽부터 아르틴의 부친과 아르틴, 아르틴의 모친, 9살 누나, 6살 형. [트위터 캡처]

아르틴의 가족은 원래 이란 서부 사르다슈트에 살던 쿠르드족이었다. 그러나 아르틴의 아버지 라술 이라네저드가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일자리를 잃은 뒤 가족들은 생활고에 시달렸다. 쿠르드족이라는 이유로 박해도 받았다. 이에 아이의 아버지는 터키, 이탈리아, 프랑스를 거쳐 형이 머물고 있는 영국으로 떠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들의 영국 행은 번번이 좌절됐다. 아르틴의 가족은 기차를 타고 영국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두 차례 입국을 거부당했다.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전 재산인 2만4000유로(약 3250만원)를 브로커에게 건네고 보트에 올랐다가 비극을 맞은 것이다.

2015년 9월 터키 물라주 보드룸의 한 해변에 엎드린 채 발견된 소년 에일란 쿠르디. 쿠르디는 내전 중인 시리아를 떠나 그리스로 가는 길이었다. [AP=연합뉴스]

2015년 9월 터키 물라주 보드룸의 한 해변에 엎드린 채 발견된 소년 에일란 쿠르디. 쿠르디는 내전 중인 시리아를 떠나 그리스로 가는 길이었다.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EU 회원국으로 불법 입국한 난민의 수는 약 11만4300명이다. 입국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해 바다 위에서 숨진 사람만 1754명에 달한다.

아르틴의 유해는 이란으로 송환될 예정이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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