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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감독 작품선 베드신 안찍겠다" 英나이틀리 성폭력 고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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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모든 여성들이 성적 괴롭힘을 겪는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플러스엠·유니버셜스튜디오 제공]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모든 여성들이 성적 괴롭힘을 겪는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플러스엠·유니버셜스튜디오 제공]

“집으로 안전하게 가기 위한 방법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조심해서 걸어야 해요. 심지어 그게 이상한 일이라는 건 의식도 못 한 채 말이죠.”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과 ‘러브 액츄얼리’ 등으로 유명한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36)가 여성으로서 겪었던 성폭력 문제에 대해 털어놨다. 자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여성이 이런 경험을 겪는데, 이를 사회 문제로 인식해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다.

8일(현지시간) 가디언은 나이틀리가 최근 잡지 하퍼스 바자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고 전했다. 나이틀리는 “저뿐 아니라 거의 모든 여성이 몸을 더듬거나 모르는 남성이 갑자기 성기를 노출하는 등 성적 괴롭힘을 한 번 이상은 겪었다”며 “심지어 죽이겠다거나 얼굴을 때리겠다는 위협까지 종류가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앞서 네 차례 자신이 겪은 성추행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플러스엠·유니버셜스튜디오 제공]

키이라 나이틀리는 앞서 네 차례 자신이 겪은 성추행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플러스엠·유니버셜스튜디오 제공]

이어 “어떤 방식이든 이런 괴롭힘을 당하지 않은 여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이런 상황이 너무 절망적”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에 만연한 성 문제를 직시하고 변화를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나이틀리가 여성의 성적 괴롭힘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할리우드에 미투(Me too·성폭력 고발 운동)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18년, 과거 네 차례 성추행을 당한 경험을 고백했다. 그는 미국 대중문화잡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술집에서 남성 무리가 신체 일부를 만지거나 치마를 강제로 들추기도 했다”며 “여성이라면 비슷한 경험을 다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화에서 여성이 묘사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하며 “남성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장면은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2003년 영화 '러브액츄얼리'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키이라 나이틀리.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2003년 영화 '러브액츄얼리'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키이라 나이틀리.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지난 2015년과 2019년 두 딸을 출산한 뒤 나이틀리는 양성평등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1월엔 “남성 감독이 연출하는 작품에선 베드신을 찍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남성 중심 문화 속에서 남성의 시선에 맞춘 베드신을 구현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2018년엔 딸에게 디즈니 만화 영화를 금지하기도 했다. 신데렐라나 인어공주 등 일부 만화 속 여성 주인공이 남성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주체적이지 못한 모습으로 그려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왕자를 기다릴 게 아니라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딸에게 가르친다”고 밝혔다.

영국 출신의 키이라 나이틀리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와 ‘러브 액츄얼리’ ‘오만과 편견’ 등에 출연하며 주연급 배우로 이름을 알렸다. 최근 수년 동안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맡았다는 평을 받는데, 지난해 개봉한 ‘미스 비헤이비어’ 속 여성운동가나 2016년 작품 ‘이미테이션 게임’ 속 천재 수학자 등이 대표적이다. 음악가이자 밴드 클락슨스의 전 멤버인 제임스 라이튼(38)과 2013년 결혼해 두 딸을 키우고 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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