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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보다 탄소 많이 흡수하는 바다…심해가 '지구 탄소저장고'인 이유

중앙일보

입력

호주 애쉬모어 리프 해양공원에서 발견된 상어. 그린피스

호주 애쉬모어 리프 해양공원에서 발견된 상어. 그린피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구에서 가장 큰 탄소 저장고인 바다를 보호하고, 공해(公海)에 해양보호구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세계 해양의 날’인 8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해양보호구역 지정의 중요성과 한국 정부의 역할을 분석한 보고서 ‘위기의 바다를 위한 해결책: 해양보호구역’을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다는 지구의 탄소 순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능력을 통해 지구의 온도 상승폭을 줄이며 기후 변화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바다로 흡수되는 탄소를 ‘블루카본(Blue Carbon)’이라고 부른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25%가량을 해양이 흡수했다.

특히 심해층은 지구에서 가장 큰 탄소 저장소로 꼽힌다. 대기 내 탄소량의 50배 이상, 땅 위의 초목·토양·미생물 전체에 저장된 탄소 총량보다 10배 이상 많은 양을 저장하고 있다.

대기 중 탄소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해수면에서 심해로 이동해 수천 년간 저장·격리된다. 이런 탄소 순환과정엔 해양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심 200m 이내의 얕은 바다에선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통해 물속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를 유기 탄소로 변환시킨다. 이후 해양생물이 먹이사슬을 거쳐 ‘블루 카본’을 유지·순환·장기 저장하면서 탄소를 심해로 이동시킨다.

“바다 그린벨트 면적 1.2%…30%까지 확대해야”

바다에 떠 있는 어업 쓰레기. 그린피스

바다에 떠 있는 어업 쓰레기. 그린피스

하지만 전 세계 바다 면적의 약 61%를 차지하는 공해(公海) 상에 무분별한 개발과 오염이 계속되면서 탄소 저장고로서 바다의 역할도 위협받고 있다. 보고서는 “바다는 무분별한 어업과 심해채굴, 기름유출, 해양 쓰레기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해양이 오염되면 탄소 포집 및 저장 능력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수염고래류에 저장된 탄소량은 상업포경 이전과 비교해 910만t 감소했다. 만약 고래 개체 수가 회복되면 사체가 바다에 가라앉으면서 해마다 탄소 16만t을 감축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린피스는 “공해에서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면적은 1.2%도 되지 않으며, 인간의 활동이 절대적으로 제한된 절대보전해역은 0.8%에 불과하다”며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해양을 건강하게 지켜내기 위해 바다의 그린벨트로 불리는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하는 공해 30% 면적을 주황색으로 표시했다. 그린피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하는 공해 30% 면적을 주황색으로 표시했다. 그린피스

국제사회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해양보호구역을 확대하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정부도 최근 열린 P4G 서울 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공해상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세계해양연합(Global Ocean Alliance)’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는 “정부가 공해의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지지 입장을 밝힌 데에 환영한다”며 “한국 정부가 곧 개최될 유엔 해양생물다양성보전(BBNJ) 협약 4차 정부간 회의에 직접 참석해 해양보호구역 지정과 이행을 보장하는 협정을 지지하고 정치적 협상에 힘을 더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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