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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직제개편안 검찰 정치적 중립성 훼손”…박범계 “세네”

중앙일보

입력

김오수 검찰총장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장급인 대검찰청 부장검사들이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해 “검찰청법 위반 소지가 있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로 뜻을 모았다. 이번 개편안은 ‘박범계식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통한다. 이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법리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상당히 세더라”라고 평가했다

날 세운 김오수, 부장회의 열고 직제개편안 반대

대검은 8일 전날 김오수 검찰총장 주재로 열린 대검 부장회의 결과를 전격 공개하며 법무부가 추진 중인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김 총장이 지난 3일 박 장관을 만나 검찰 인사를 논의한 자리에서 직제 개편안에 반대의견을 전한 데 이어, 대검 부장회의를 소집해 재차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낸 것이다.

우선 대검은 법무부 직제개편안 가운데 ‘직접수사 제한’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훼손”이라고 지적했다. 일선청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직제로 제한하는 것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검사의 직무와 권한, 기관장의 지휘, 감독권을 제한할 수 있어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검찰 직제는 대통령령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으로 정하는데, 상위법인 검찰청법 위반 가능성이 큰 개정 작업이라는 점을 짚은 것이다.

특히 반부패수사부가 없는 일선청에서 형사부가 6대 범죄 수사를 개시하려면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한 직제개편안 내용에 대해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등의 여러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고, 일선 청 검사들도 대부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검찰 부패 범죄 대응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 제2의 도시인 부산지검에 반부패수사부를 신설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지난해 10월 14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대표적인 직접수사 부서인 ‘특별수사부(특수부)’를 반부패수사부로 바꾸고, 서울·대구·광주 3개 검찰청에만 남긴 채 나머지 검찰청의 특수부를 폐지하는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것에 배치되는 내용인 셈이다.

김오수 검찰총장.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 연합뉴스

박범계, 대검 반발에 “견해차 있어”

대검이 법무부의 조직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데 대해 박 장관은 취재진과 만나 “법리에 대한 견해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상당히 세더라”고 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 검찰 조직개편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박 장관은 “오늘 바로 반응하기는 그렇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대검이 “(일부 직접수사를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킨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일부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오수의 ‘승부수’?…직제개편‧중간간부에서 갈린다  

직제개편안에 대해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향후 김 총장과 박 장관과의 ‘줄다리기’ 협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총장은 검찰 조직개편안과 관련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에 대해 박 장관과 “수시로 통화·소통하겠다”고 했다. 박 장관 역시 “(상황을) 봐야죠”라고 언급했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 고위 간부 인사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대한변호사협회조차 공식 비판 논평을 낼 정도로 원칙이 무너진 인사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김 총장이 수세에 몰렸다. 조직 내 리더십을 위해 이번에 확실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직제 개편안을 둘러싸고 ‘마라톤 협의’가 예상되는 만큼 검찰 중간간부 인사는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거란 관측이 많다. 법무부와 대검찰청 실무진 협의를 통해 최종안이 확정되더라도 행정안전부와의 협의 뒤, 해당 내용을 담은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재직 때인 지난해 8월에도 조직 개편 때문에 고위급 간부 인사 후 20일 뒤에 중간급 간부 인사가 이뤄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이인영(왼쪽) 통일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가운데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이인영(왼쪽) 통일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가운데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뉴시스

이번 중간간부 인사에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실무진을 또 한 번 교체할지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검찰 내부에서는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을 수사한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을 수사한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 ‘청와대의 김학의 기획 사정 의혹’을 수사한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등이 필수 보직 기간(1년)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검찰 조직 개편’을 빌미로 교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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