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이석렬의 인생은 안단테(23)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는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미래에 대해 확고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확신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교향곡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 열의와 성의를 다했다.
말러가 첫 번째 교향곡을 발표한 것이 1889년이었다. 그때 그의 나이 29살이었다. ‘거인’이라고도 불리는 첫 번째 교향곡은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도 가장 많이 연주되는 작품 중 하나다. 이 교향곡이 언제 착수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1884년이나 1885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며, 구상은 1884년부터였을지 몰라도 실제 작곡은 1888년 초에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 교향곡이 1888년 3월에 완성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말러 자신은 이 곡을 라이프치히에서 완성해 초연하고 싶어 했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후 말러는 1888년에 부다페스트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는데, 그 이듬해인 1889년에서야 교향곡 ‘거인’을 초연할 수 있었다.
교향곡 1번은 188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작곡가 본인의 지휘로 첫선을 보였다. 이 교향곡이 1896년에 베를린에서 공연되었을 때에는 총 연주시간이 약 55분이었다고 한다. 말러의 대규모 첫 번째 교향곡이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작곡가 쇤베르크는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논평한 적이 있다.
“말러의 특징적인 모습은 이미 그의 첫 번째 교향곡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후에 만개하게 될 그의 삶의 멜로디, 즉 자연과 죽음에 대한 집착이 이미 이 곡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말러의 첫 번째 교향곡이 처음부터 성공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세상에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의 정황을 보면 초연 때 성공하지 못했던 여러 작품처럼 그의 교향곡도 처음부터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작품 속 사운드가 잘 이해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한 시간여에 달하는 대곡을 지루하게 여기는 청중도 있었다.
이 곡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었다고 한다. 1889년에 처음 연주되었을 때만 해도 곡의 구상은 4악장이 아니라 5악장이었다. 말러는 이 곡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제1부에 ‘젊은이, 미덕, 결실, 고뇌 등의 나날로부터’라는 테마를 부여했으며, 제2부에는 ‘인간의 희극’이라는 테마를 부여했다. 이후에도 관현악이 수정되는 등 작품의 수정이 계속해서 이루어졌다.
작곡가는 이 곡의 마지막 악장에 대해 ‘영웅의 젊음에 대한 암시’라고 말을 남겼다. 말러는 20대의 젊음과 청춘을 바쳐 자신의 첫 번째 교향곡을 완성했으며 대규모 스타일과 뛰어난 음악성으로 교향곡의 역사에 새로운 자취를 남겼다. 오늘날 말러의 교향곡을 감상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그의 첫 번째 교향곡은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말러 교향곡의 역사는 그렇게 해서 시작되었다. 그의 교향곡들이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음악평론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