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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연주시간 55분…지루하다는 평 들은 말러의 첫 교향곡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석렬의 인생은 안단테(23)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는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미래에 대해 확고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확신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교향곡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 열의와 성의를 다했다.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사진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사진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말러가 첫 번째 교향곡을 발표한 것이 1889년이었다. 그때 그의 나이 29살이었다. ‘거인’이라고도 불리는 첫 번째 교향곡은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도 가장 많이 연주되는 작품 중 하나다. 이 교향곡이 언제 착수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1884년이나 1885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며, 구상은 1884년부터였을지 몰라도 실제 작곡은 1888년 초에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 교향곡이 1888년 3월에 완성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말러 자신은 이 곡을 라이프치히에서 완성해 초연하고 싶어 했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후 말러는 1888년에 부다페스트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는데, 그 이듬해인 1889년에서야 교향곡 ‘거인’을 초연할 수 있었다.

교향곡 1번은 188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작곡가 본인의 지휘로 첫선을 보였다. 이 교향곡이 1896년에 베를린에서 공연되었을 때에는 총 연주시간이 약 55분이었다고 한다. 말러의 대규모 첫 번째 교향곡이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작곡가 쇤베르크는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논평한 적이 있다.

“말러의 특징적인 모습은 이미 그의 첫 번째 교향곡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후에 만개하게 될 그의 삶의 멜로디, 즉 자연과 죽음에 대한 집착이 이미 이 곡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말러의 첫 번째 교향곡이 처음부터 성공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세상에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의 정황을 보면 초연 때 성공하지 못했던 여러 작품처럼 그의 교향곡도 처음부터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작품 속 사운드가 잘 이해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한 시간여에 달하는 대곡을 지루하게 여기는 청중도 있었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은 처음부터 성공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작품 속 사운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한 시간여의 길이를 지루하게 여기는 청중도 있었다. [사진 pxhere]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은 처음부터 성공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작품 속 사운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한 시간여의 길이를 지루하게 여기는 청중도 있었다. [사진 pxhere]

이 곡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었다고 한다. 1889년에 처음 연주되었을 때만 해도 곡의 구상은 4악장이 아니라 5악장이었다. 말러는 이 곡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제1부에 ‘젊은이, 미덕, 결실, 고뇌 등의 나날로부터’라는 테마를 부여했으며, 제2부에는 ‘인간의 희극’이라는 테마를 부여했다. 이후에도 관현악이 수정되는 등 작품의 수정이 계속해서 이루어졌다.

작곡가는 이 곡의 마지막 악장에 대해 ‘영웅의 젊음에 대한 암시’라고 말을 남겼다. 말러는 20대의 젊음과 청춘을 바쳐 자신의 첫 번째 교향곡을 완성했으며 대규모 스타일과 뛰어난 음악성으로 교향곡의 역사에 새로운 자취를 남겼다. 오늘날 말러의 교향곡을 감상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그의 첫 번째 교향곡은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말러 교향곡의 역사는 그렇게 해서 시작되었다. 그의 교향곡들이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음악평론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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