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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뷰 보며 '재텔근무' 해봤니? 20만원에 누려본 제주살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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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가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진 오션뷰 카페. 아침 식사를 마치고 노트북으로 이메일을 확인하고 하루 업무를 준비하는 일상이 여느 날과 다르지 않지만, 서울 도심 속 사무실이 아니라 제주도라면…. 한 번쯤은 제주 한 달 살기를 꿈꿔보지만, 직장인들로서는 ‘한 달 휴가’ 자체가 쉽지 않다. 한 달 숙박비도 만만치 않을 터. 그래서 그 대안으로 근무와 휴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워케이션’(work+vacation)이나 휴양지 호텔에서 일하는 ‘재(在)텔근무’가 젊은 직장인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확산한 재택근무의 확장판쯤이다.

렌터카 없이 오션뷰 호텔서 2박3일 일하기

재택근무 확산에 재텔근무 유행  

지난달 31일 제주시 애월읍의 한 호텔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오전 근무하는 모습. 추인영 기자

지난달 31일 제주시 애월읍의 한 호텔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오전 근무하는 모습. 추인영 기자

재텔근무 체험을 위해 지난달 30일 제주를 찾았다. 오후 7시쯤 제주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애월 해안도로에 들어서자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 찍느라 분주한 관광객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녁 식사 후 기자가 도착한 숙소는 더블 침대와 싱글 침대가 1개씩 배치된 오션뷰 디럭스룸. 테라스로 나가니 2차선 해안도로를 사이에 두고 바로 앞에 바다가 보이고 2인용 테이블과 의자가 비치돼 있다.

지난달 30일 제주시 애월읍의 한 호텔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보이는 야경. 추인영 기자

지난 5월 2박 숙박비 13만5600원을 지불한 제주시 애월읍 호텔 오션뷰 디럭스룸. 추인영 기자
지난 5월 2박 숙박비 13만5600원을 지불한 제주시 애월읍 호텔 오션뷰 디럭스룸. 테라스에서 애월 앞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추인영 기자
지난달 31일 제주시 애월읍의 한 호텔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 추인영 기자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업무를 위해 호텔 1층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오전 업무를 마친 뒤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이동하는 잠깐에도 ‘힐링’을 맛봤다. 햇볕 아래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 길 내내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와 바닷냄새가 온몸의 감각을 일깨웠다. 특히 애월읍은 유명 맛집과 카페가 많은 지역이라 택시를 부르기만 하면 ‘10초 컷’에 달려오니 렌터카 없는 뚜벅이도 전혀 문제가 안 됐다.

기자가 선택한 일정과 비용은 2박 3일 총 20만4300원. 김포~제주 왕복 항공권 6만8700원과 애월읍에 위치한 한 호텔의 2박 숙박비 13만5600원(이커머스 할인쿠폰 적용)을 포함한 가격이다. 일요일 오후(5월 30일 오후 5시 45분) 김포공항을 출발해 3일간 현지에서 머무른 뒤 화요일 오후(6월 1일 오후 8시 5분)에 돌아오는 일정이다. 기간을 더 늘린다면 숙박비는 5박 약 36만원, 10박 72만원 수준. 6월 현재 이 호텔은 스탠다드룸을 포함한 대부분 객실이 매진 상태다. 롯데시티호텔 제주나 롯데호텔 등에서도 재텔근무자를 위한 상품 판매율이 이달 들어 30~40%씩 늘고 있다고 한다.

재텔근무의 고려사항은 역시 '비용' 

제주·강원 등 국내 휴양지에서 ‘워케이션’ 형태로 지낼 의향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워케이션’ 하루 체류비로 적당하다 생각되는 비용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워케이션’ 떠난다고 가정하면 1인당 예산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워케이션’을 떠난다면 기간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직장인들이 ‘재텔근무’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건 역시 비용이다. 본지가 티몬에 의뢰해 지난 1~6일 6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주와 강원 등 국내 휴양지에서 ‘워케이션’ 형태로 지낼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1.2%였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비용이었고, 적당한 하루 체류비(교통+숙박, 식대 제외)로 ‘10만원 이하’(41.1%)를 가장 많이 꼽았다. 또 ‘7만원 이하’(26%), ‘15만원 이하’(19.7%) 등이었다. 적당한 기간으로는 가장 많은 응답자(66.1)가 ‘일주일 미만’을 꼽았다. 1인당 적정 예산은 ‘50만원 이하’(51.2%)나 ‘50만원 초과~100만원 이하’(35.2%)가 대부분이었다.

제주에는 지금 이런 재텔근무자를 겨냥한 다양한 상품이 출시돼 있다. 비즈니스호텔에서 시작됐지만, 특급호텔도 상품을 내놓고 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숙소 등급에 따라 5박(6월 13~18일·애월읍·에어비앤비) 기준 11만 원대(다인실)부터 100만 원대(독채형 펜션)까지 다양하다. 제주의 한 호텔 관계자는 “기존에는 휴양하려는 관광객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지만, 롱스테이 상품으로 투숙하며 휴식과 동시에 일도 하려는 워캉스 형태의 고객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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