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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정애 논설위원이 간다

"40대가 새로운 세대교체 주역이 되긴 쉽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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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고정애 기자 중앙일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앞줄 왼쪽에서 여섯번째)이 지난달 초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밭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응원 메시지가 적힌 현수막과 국회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여권에서 처음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박 의원은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다. [뉴스1]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앞줄 왼쪽에서 여섯번째)이 지난달 초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밭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응원 메시지가 적힌 현수막과 국회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여권에서 처음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박 의원은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다. [뉴스1]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더 절박하게 생각한다.”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정치인 중에 이렇게 말하는 이가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이른바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 정치인으로 쉰 살이 된 지 불과 한 달여다. 대선 주자 중 압도적으로 젊다. 그런데도 그는 ‘처음’과 함께 ‘마지막’이란 단어도 썼다. 그에게 던진 질문이 이래서였을 것이다. “‘이준석 돌풍’이 거세다. 70년대생 정치인으로서, 40대가 정치적으로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40대 패싱론 탐구] #민주화 이후 청년기 맞은 첫 세대 #지속적으로 민주당 지지했으나 #4·7 보선에서 처음으로 일부 이탈 #"정치적으로 586과 묶여갈 가능성"

사실 21대 국회는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세대의 과점 구조가 정점에 이른 시기다. 이들이 문재인 정부의 당·정·청을 장악했다. 처음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게 2000년 무렵이었으니 20년 만의 ‘위업’이다. 하지만 차면 기운다고, 그걸 흔드는 세력이 등장했다. 40대가 아닌, 20·30(MZ)세대로부터다.

 ‘36세 제1야당 대표’의 가능성이다. 이로 인해 기존 정치 문법은 물론이고 기성 정치인도 고루해 보이게 만들고 있다. 40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출마선언문에서 “정치의 세대교체로 대한민국의 시대교체를 하겠다. 구시대의 착한 막내가 아니라 새 시대의 다부진 맏형 역할을 하겠다”고 했던 박 의원이 “더 절박하다”고 한 이유일 게다.

그만이 아닐 터다. 동료 언론인은 “40대 ‘낀대’ 패싱, 현실이 될까”(이상언 논설위원)란 질문을 던졌다. 조짐이 없던 것도 아니다. 4·7 서울시장 보선 출구 조사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았던 세대론 40대가 유일했다. 1%포인트 차라곤 해도 말이다. 20대와 30대에선 박 후보가 21%포인트, 18%포인트 뒤졌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정치엘리트(정치계급)이란 관점에서 보면 4·19세대(6·3세대까지 포함)가 오랫동안 누린 주도권은 86세대로 넘어갔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고찰할 때다. 정치적으로 40대는 누구고, 이들은 ‘패싱’ 당할 것인가.

신진욱 중앙대 교수

신진욱 중앙대 교수

그 자신이 40대인 진보 성향의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40대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민주화 이후 청년기를 맞이한 첫 번째 세대로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을 중시하고 집단주의나 권위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많이 있는 세대”란 것이다. 이들에겐 2002년의 경험이 특히 중요한데 ‘붉은 악마’, 대규모 촛불시위로 이어진 효순·미선 사건,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다. 그는 “이때부터 노 전 대통령, 이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계열의 정당들을 선호하는 투표성향이 처음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세대가 지금의 40대”라며 “20대 때 노무현을 찍고 30대 때 유모차 부대(광우병 집회)였고 40대 때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상당한 정도의 일관성을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키워드는 88만원 세대 또는 IMF(국제통화기금) 세대로 현재 35세부터 40대 중반을 가리킨다. 신 교수는 “불평등 문제에 굉장히 민감한 세대로 정의를 바로잡겠다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안 그런 걸 보고 실망해서 (2007년 대선 때) 투표장에 나가지 않은 다수가 있다”라며 “(이번 재·보선에서) 부동산 문제에서 등을 돌린 맥락과 비슷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세대로 40대만 남았다고들 말한다.
“지난 총선과 서울시장 보선 출구 조사를 비교하면 20·30·40대에서 민주당 후보가 22%포인트, 22%포인트 16% 빠진 데 비해 국민의힘 후보는 23%포인트, 27%포인트, 21%포인트 올랐다. 지난 재·보선은 다 같이 흔들린 것이다. 20대는 한 번 세게 보수를 찍어본 거고, 30·40대는 처음으로 흔들려본 것이다. 20대도 2017년 의식조사에서 80%가 진보라고 대답했다. 현 정부에 등 돌리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지만, 야권 정당을 지지한 건 이번 재·보선이 첫 번째다. 20대의 보수화론은 성급하다. 30대가 대단히 40대와 다르게 등을 돌렸다고 하는데, 오랫동안 30대의 여권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유권자로서 40대가 여전히 유의미하다는 건가.
“20대는 무당층이 많아서 어디로 흐르느냐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변수로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캐스팅보트가 될지 모르겠다. 얼마나 쏠림이 있느냐가 변수인 데다 유권자 규모가 작다. 이번 재·보선에서 30·40대의 투표율 변동 폭이 컸는데, 이대로 갈지 원래대로 돌아갈지 변수가 될 수 있다.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국민의힘이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유권자 규모란 측면에서 볼 때 30·40대가 20대 못지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실제 지난 총선 기준으로 유권자 자체는 50대(19.5%)-40대(18.8%)-30대(15.9%)-60대(14.8%)순인 데 비해 투표자는 50대(20.9%)-40대(18%)-60대(17.9%)-30대(13.6%) 순이었다. 20대는 유권자(15.3%)가 적은데, 투표자는 더 적었다(13.5%).

이제는 정치엘리트에 대해 말해보자. 40대도 586과 같은 정치세력화가 가능할까.
“작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 30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20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586은 특별히 세력화에 유난히 성공했던 민주당 계열의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40대와 30대는 정치적으로 의식화된 사람들이 어떤 연령대보다 많지만, 정치계급으로서 집단화하고 조직적 위계를 구성하는 것에 문화적 거부감이 강한 연령대가 아닌가 싶다. 촛불 집회에 몇 달 동안 대거 나올 순 있는데, 생업을 버리고 정치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586이 좀 양보해야 한다고 하지만, 양보해도 그 빈자리에 새로운 가치와 기치를 들고 거세게 밀고 들어갈 정치계급이 있는가, 나는 없다고 본다. 50대의 자리를 대신할 만큼 준비된 30·40대 예비군이 있는가, 대단히 그 폭이 좁을 거라고 본다. 오히려 그 세대를 건너뛰어서 20대는 뭔가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40대, 그들은 누구인가

40대, 그들은 누구인가

진보적 성향의 사회학자인 김호기 연세대 교수의 얘기도 비슷한 대목이 있다. 그는 “정치적으로 40대는 586과 대단히 유사하다”며 “40대가 새로운 세대교체의 주역이 되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40대 전반을 두고도 “현재까지 생각의 변화 가능성은 커 보이진 않는다. 내년 3월 9일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된다면 40대도 새롭게 생각해볼 거라고 전망해볼 수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의 말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586의 현재로써 대변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송영길 민주당 대표, 40대인 박용진 의원과의 거리와 박 의원과 이준석 국민의힘 경선 후보와의 거리를 가늠해보면, 박용진과 송영길·이재명이 더 가깝다. 신세대로 불렸던 40대가 문화나 경제적 측면에서 다른 결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겠지만 정치적 측면에선 (586과) 함께 묶여가지 않을까 싶다. 이걸 잘 드러난 게 공정에 대한 감각 같다. 이준석 후보로 상징되는 20·30에선 공정의 핵심은 능력주의에 있다. 기회의 공정인 거다. 박 의원과 40대들만 해도 기존 586세대와 생각이 같다. 기회의 공정을 넘어서서 어떤 결과의 평등까지도, 어떻게 보면 결과의 평등이 공정의 더 핵심적 가치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중도보수적 성향으로 불리는 정치학자인 강원택 서울대 교수도 “40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일체감을 가진 세대다. 독자적인 새 목소리를 내긴 어렵다고 본다”며 “정치인들이 자연스러운 연령적인 형태의 세대적인 역할은 하겠지만 변화를 만들어낸 건 386 이후 지금이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적어도 40대 정치 엘리트에겐 기운 빠지는 진단들이다.

다시 박용진 의원과의 대화다. 그에게 “(40대인) 97세대의 방법론이 미래의 담론으로서 586과 차별성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의 답변은 이랬다. “민주화 세대와 달리 이전과 전혀 다른 얘기, 이를테면 국민성공시대나 모병제 등의 공약과 정책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