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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영웅' 떠났다···유상철 췌장암 끝내 별세, 향년 50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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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영웅 유상철 감독이 췌장암 투병 중 7일 세상을 떠났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월드컵 영웅 유상철 감독이 췌장암 투병 중 7일 세상을 떠났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7일 오후 7시쯤 서울 아산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50세.

3년 췌장암 투병 끝에 7일 오후 별세

유 전 감독은 2019년 10월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최하위(12위)로 강등 위기에 처한 인천의 소방수로 부임하고 몇 달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췌장암은 4기 진단 후 평균 수명이 4~8개월, 5년 생존률은 약 1%에 불과하다. 유 전 감독은 암 투병 사실을 알리고 시즌을 완주했다. 팀은 극적으로 K리그1에 잔류했다. 유 전 감독은 지난해 12월 건강 문제로 사의를 표명했다. 계약기간은 1년 남은 상태였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지난해 가을까지 13차례 항암치료를 받았다.

3년째 치료에 전념한 유 전 감독은 방송에 출연하는 등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유 전 감독의 의지가 강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꼭 그라운드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병세가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

유 전 감독은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멀티플레이어로 평가받는다. 골키퍼를 제외하고 전 포지션에서 뛰었을 만큼 전술 이해도 높은 영리한 선수였다. 별명은 '유비'. 그는 한국과 일본 프로축구를 모두 평정했다. K리그에선 울산 현대(1994~98년, 2002~03년, 05~2006년) 한 팀에서만 활약했다. 142경기에 서 37골을 터뜨렸다. 1996년과 2005년엔 팀을 리그 정상에 올렸다. 1998년엔 득점왕까지 차지하는 등 전성기를 달렸다.

일본 J리그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요코하마 마리노스(1999~2000년)와 가시와 레이솔(2001~02년)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다. 한국 선수가 드물었던 시절 J리그에서 스타 플레이어로 인정받았다. 덕분에 그를 잊지 못하는 일본 팬이 많다. 지난해 2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는 ‘할 수 있다 상철이형’이라는 걸개가 걸렸다. 유 전 감독의 현역 시절을 기억하는 요코하마 원정팬들의 현수막이었다.

태극마크를 달고선 더 화려한 기록을 남겼다. 유 전 감독을 보면 한일월드컵을 떠올리는 팬이 많다. 당시 대표팀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에서 유 전 감독은 강력한 오른발슛으로 골을 넣어 한국의 월드컵 첫 승을 이끌었다. 4강 기적은 그의 발끝에서 시작된 셈이다. 홍명보(현 울산 감독)와 함께 대회 베스트11에 선정됐다. 통산 A매치 기록은 122경기 18골.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와일드카드로 후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하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축구를 사랑한 '그라운드의 영웅'으로 기억될 것이다. 유 감독의 빈소는 아산병원에 차려질 예정이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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