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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현대차 영업직 5년내 '30%' 정년…노조 "64세 연장" 요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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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 걸려있는 현대차 깃발. [연합뉴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 걸려있는 현대차 깃발. [연합뉴스]

현대자동차의 판매직 10명 중 3명이 앞으로 5년 안에 60세를 맞아 정년퇴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현대차 노조는 '64세'로 정년을 연장해 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생산직군뿐 아니라 영업직군의 정년 연장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테슬라나 볼보 등에서 보듯 자동차업계도 온라인 판매를 점점 강화하는 추세여서 예전만큼의 판매 사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5년 안에 1600여명 60세 정년 퇴직 

7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현대차 노조 판매지부)에 따르면 2025년까지 현대차 영업직(5480명) 가운데 30.7%(1685명)가 60세 정년에 따라 퇴직한다. 올해 말까지 242명(1961년생), 2022년 294명(1962년생), 2023년 343명(1963년생), 2024년 363명(1964년생), 2025년 443명(1965년생) 순이다. 현대차 판매노조가 정년퇴직 예정자 수를 공개한 이유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요구대로 정년 연장(64세)을 해달라는 취지다.

현대차는 하지만 “정년에 따른 영업직의 자연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노동법에 따라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정리해고의 요건이 까다롭고, 체험형 전시장(쇼룸)·온라인 판매 등의 마케팅 변화도 영업 현장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조 반대로 막혀있는 온라인 판매는 현대차 경영진 입장에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현대차는 테슬라와 달리 아이오닉5를 비롯한 전기차 온라인 판매를 국내에서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현대차 영업직 퇴직 예정 인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현대차 영업직 퇴직 예정 인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현대차 내부에서는 영업직 일부의 직무 태만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자동차를 '0대' 판매하는 직원도 월급제를 적용받아 매달 기본급을 받고있기 때문이다. "직원이 고객보다 차를 더 모른다" 같은 고객 목소리(VoC)도 인터넷에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지난해에는 판매 실적이 부진하고, 인사 평가가 하위인 영업직 45명이 회사의 ‘코칭 프로그램’(저성과자 교육)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실적 저조뿐 아니라 각종 판촉 지시 등을 이행하지 않았다. 고객 레터, 브로슈어 발송 등의 업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현대차 사측은 코칭 프로그램을 거부한 인원 가운데 두 명에 대해 지난해 말 통상해고 조치를 했다. 노조는 이에 불복해 서울고용노동청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지난달 18일 기각됐다.

테슬라는 100% 온라인으로만 판매

현대차 노조는 "영업직의 고용 안정성을 확보해달라"는 입장이다. 영업직 상당수를 차지하는 586세대가 퇴직할 경우, 조합원 수 감소로 인해 노조 조직력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판매노조에선 "자동차 산업 전환에 걸맞은 새로운 직무를 개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예를 들면 체험형 전시장 상담·홍보직, 시승센터(모터 스튜디오) 운전직, 렌터카 전담 관리직 등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현대차 노사가 일반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동차 판매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소비자 직접판매(D2C·Direct to customer) 비중이 커지는 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변화라는 것이다. 미국 테슬라는 차량 판매를 '100% 온라인'으로만 진행한다.

온라인으로 차량 구매가 가능한 테슬라 모델S. [사진 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으로 차량 구매가 가능한 테슬라 모델S. [사진 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학과)는 "회사가 직무전환 교육을 제공해 직업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마찰적 실업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영업직군도 더는 노조에만 기대지 말고, 개개인이 스스로 변화에 동참하는 것이 상호 공존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도요타는 온·오프라인 간 고객 정보를 공유하는 '마이 도요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온라인 시승 예약을 하면, 고객 거주지 근처에 근무하는 영업직원이 시승 경험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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