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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무슨날" 썼다고 계정 삭제…中 32년째 '천안문 알레르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홍슈가 지난 4일 웨이보에 ″오늘은 무슨 날?″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은 즉시 삭제됐고, 1400만명 팔로워의 계정은 삭제됐다. [앱스토어 캡처]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홍슈가 지난 4일 웨이보에 ″오늘은 무슨 날?″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은 즉시 삭제됐고, 1400만명 팔로워의 계정은 삭제됐다. [앱스토어 캡처]

중국 내 유명 온라인 상거래업체인 샤오홍슈가 지난 4일 “오늘은 무슨 날”이라는 게시물을 중국 SNS인 웨이보에 올렸다가 계정을 삭제당하고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4일은 중국에서 '천안문 민주화 시위'가 일어난 지 32년을 맞는 날이었다.

6월 4일 천안문 시위 32주년 #MS '빙'에서는 '탱크맨' 검색 차단

WSJ과 B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샤오홍슈 측은 중국 SNS인 웨이보에 “크게 말해봐. 오늘은 무슨 날?”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러자 게시물은 순식간에 삭제됐다. 팔로워만 1400만 명이던 샤오홍슈의 계정도 “법과 규정 위반으로 계정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삭제됐다. 샤오홍슈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그룹의 투자를 받는 중국 소셜미디어 겸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월 이용자만 1억명이 넘는다.

현재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이번 사건에 대한 내사에 들어갔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샤오홍슈는 천안문 시위를 염두에 두고 게시물을 쓴 것이 아니고, 지난 몇 달간 금요일마다 주말을 겨냥해 이와 비슷한 게시물을 작성해왔다”고 보도했다. 샤오홍슈의 대변인과 중국 CAC는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베이징 주재 영국 대사관은 지난 4일 천안문 사태 32주년을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사진을 올렸다. 대사관 측은 ″웨이보에 이 게시물을 올린 지 20분 만에 삭제됐다″고 밝혔다. [트위터 갈무리]

베이징 주재 영국 대사관은 지난 4일 천안문 사태 32주년을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사진을 올렸다. 대사관 측은 ″웨이보에 이 게시물을 올린 지 20분 만에 삭제됐다″고 밝혔다. [트위터 갈무리]

천안문 민주화 시위가 발발한 지 32년이 지났지만 이처럼 중국 당국은 여전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베이징 주재 영국 대사관 등이 천안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웨이보에 올린 촛불 영상 등도 모두 삭제됐다. 현재 중국 내에서 접속이 불가능한 트위터에만 게시물이 남아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검색엔진인 ‘빙(Bing)’은 지난 4일 “Tank Man(탱크맨)”의 이미지 검색을 미국 등 중국 밖에서도 막아 논란이 됐다. 탱크맨은 19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중국군 전차의 진입을 맨몸으로 막아섰던 청년을 일컫는데, 천안문 사태의 상징으로 꼽힌다. 빙은 구글 등과 달리 중국에서도 접속이 가능한 유일한 외국 검색 엔진이다.

1989년 중국에서 벌어진 민주화 운동 ‘6.4 천안문 사태’를 상징하는 사진. MS의 검색엔진 '빙'에서 이 사진의 이미지 검색을 막아 논란이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1989년 중국에서 벌어진 민주화 운동 ‘6.4 천안문 사태’를 상징하는 사진. MS의 검색엔진 '빙'에서 이 사진의 이미지 검색을 막아 논란이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CNN에 따르면 MS는 검색 결과를 차단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우연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현재 검색 결과는 중국 밖에서 다시 복구된 상황이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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