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사단 간부 식판 설거지 갑질···휴가 잘려도 좋으니 폭로"

중앙일보

입력 2021.06.07 05:00

업데이트 2021.06.07 06:43

지난 5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올라온 군부대 식당 내 간부 테이블. [사진 페이스북]

지난 5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올라온 군부대 식당 내 간부 테이블. [사진 페이스북]

“식판 450장, 코 푼 휴지도 치운다”

강원도의 한 육군 부대에서 간부들이 먹고 남은 잔반 정리와 식판 세척 등을 취사병이 도맡아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육군은 간부 테이블을 나누는 중간 칸막이를 없애는 가하면 직책과 관계없이 본인이 사용한 식판은 스스로 닦는 것으로 개선했다.

[이슈추적] 6사단 병사 페이스북에 의혹 제기

7일 육군 6사단에 따르면 지난 5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6사단 예하 한 부대에서 간부들을 위한 전용 식탁이 운영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의혹을 제기한 A병사는 “부대 내 고위 간부들은 메인 테이블이라는 따로 밥 먹는 곳이 있다”며 “간부들은 식사 이후 식판에 남겨져 있는 짬(잔반), 식기 도구, 입을 닦거나 코를 푼 유지, 이쑤시개, 음료 캔 등을 정리하지 않고 취사병한테 방치해 놓고 간다”고 주장했다.

또 “몇 개월 전부터 지금까지 간부 식당에 높은 지휘관들이 먹고 남은 식판이랑 쓰레기를 그대로 놔두고 가서 어이가 없었다”며 “몇 번이나 건의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고 했다.

제보자는 병사 몇 명이 부대원 전체 식판 설거지를 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A병사는 “끼니마다 병사 3~4명이 대대의 모든 인원 식판 450장을 설거지한다”며 “말도 안 되는 짓인데 여기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병사는 “아직 폭로하고 싶은 갑질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며 “휴가가 잘리든 군기교육대를 며칠 가든 관계없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5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서 강원도의 한 부대에서 간부 전용 식탁이 운영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지난 5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서 강원도의 한 부대에서 간부 전용 식탁이 운영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육군은 A병사가 소속된 부대에서 일부 부조리를 인정하고 개선안을 마련했다. 조사 결과 이 부대에서는 병사 식당 안에 간부들이 식사하는 별도의 테이블은 있었다. 이 테이블은 칸막이로 분리돼 있었고, 대대장과 일부 참모가 앉아 밥을 먹었다고 한다.

6사단 관계자는 “모든 간부가 아니라 장교 8~9명이 식탁을 따로 사용하면서 식사 후 정리를 하지 않고 간 것을 확인했다”며 “6일부터 직책과 관계없이 본인이 사용한 식판은 스스로 닦는 것으로 개선했다. 간부 테이블을 나누는 중간 칸막이도 없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병사가 모든 부대원의 식판을 씻는다는 주장은 과장된 면이 있다”며 “부대 내에 식기세척기를 운영 중으로 개인 식판은 본인이 1차 세척을 한 뒤 세척기에 넣는다. 장소가 좁은 탓에 일부 병사가 세척이 끝난 식판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해당 부대는 식판 정리 인원을 10명 정도 늘릴 예정이다.

국방부는 잇따른 부실급식 폭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2일엔 9사단 격리 병사라고 밝힌 인물이 페이스북 페이지에 부실한 생선조림을 공개하며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달 19일 강원 홍천의 육군 11사단에서도 “방울토마토로 배를 채웠다”는 제보가 있었다. 국방부는 부실급식 사태 해결을 위해 1인당 하루 8790원으로 책정된 기본급식비를 내년 1만1000원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최종권 기자, 철원=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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