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중국읽기

중국남자축구는 왜 ‘아두’라 불리나

중앙일보

입력 2021.06.0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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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유상철 기자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아두(阿斗)는 중국 삼국(三國)시기 촉한(蜀漢)의 말대 황제인 유선(劉禪)의 어릴 적 이름이다. 삼국연의(三國演義)의 주인공 유비(劉備)의 아들로 천하의 전략가 제갈량(諸葛亮)의 보좌를 받았지만, 워낙 무능한 탓에 결국 나라를 잃고 말았다.

유비의 아들 '아두'는 구제불능의 못난이로 통한다. 이 오명이 중국남자축구대표팀에 씌어져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유비의 아들 '아두'는 구제불능의 못난이로 통한다. 이 오명이 중국남자축구대표팀에 씌어져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그래서 아두 앞에는 곧잘 ‘일으켜 세울 수 없는(扶不起的)’이란 접두어가 붙는다. ‘일으켜 세울 수 없는 아두(扶不起的阿斗)’는 아무리 좋은 선생님을 모셔와도 구제할 수 없는 바보, 못난이, 멍청이를 가리킨다.
한데 이 치욕스러운 이름으로 불리는 중국 스포츠 국가대표팀이 있다. 바로 남자축구대표팀이다. 1976년 이래 중국이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한 건 두 차례에 불과하다.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건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 때가 유일하다.
현재 세계 랭킹은 77위. 이 같은 중국 남자축구의 현주소에 중국뿐 아니라 세상 많은 사람이 의아스러워한다. 14억 인구 대국이라 1억 명 중 한 명씩만 선발해도 어마어마한 팀을 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째 그리 약체를 못 벗어나는지 연구 대상이 아닐 수 없다.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앞두고 중국남자축구대표팀은 바쁜 훈련 시간을 쪼개 중국 공산당 역사를 공부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앞두고 중국남자축구대표팀은 바쁜 훈련 시간을 쪼개 중국 공산당 역사를 공부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남자축구대표팀은 원체 많은 욕을 먹다 보니 중국에선 어떤 단체나 기관을 중국남자축구팀에 비유해 조롱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 “어떤 부서가 중국남자축구대표님 수준”이라 놀리는 건 듣는 쪽 입장에선 더는 감내하기 힘든 모욕이라 발끈하기 때문이다..
자존심 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축구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속이 탄다. “중국은 세계 일류의 축구팬과축구시장을 가졌지만 축구수준은 아직 아니다”라고 한탄할 정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축구 사랑은 유별나다.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 등 세 가지 꿈을 가졌지만 월드컵 개최가 가장 빠를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축구 사랑은 유별나다.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 등 세 가지 꿈을 가졌지만 월드컵 개최가 가장 빠를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 [연합뉴스]

시 주석은 2011년 베이징을 찾은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가 박지성 선수의 사인이 든 축구공을 선물하자 중국 축구에 대한 자신의 세 가지 꿈을 밝힌 바 있다. 중국남자축구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것, 중국의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 그것이다.
그러자 시 주석의 세 가지 꿈 중 아마도 가장 현실성 있는 건 중국의 월드컵 개최가 아니겠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무튼 중국은 이후 1인자 시 주석의 야망을 채우기 위해 비싼 돈을 주고 외국 선수를 데려오거나 해외 명문구단을 사들이는 등 막대한 투자를 했다.
그럼에도 ‘일으켜 세울 수 없다’는 말은 부적처럼 계속 붙어 다닌다. 그래서인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벌어지는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앞두고 중국이 비장의 훈련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오는 7월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중국에선 스포츠 선수들에게도 당사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중국 베이징체육대학망 캡처]

오는 7월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중국에선 스포츠 선수들에게도 당사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중국 베이징체육대학망 캡처]

바로 ‘애국주의’ 교육이다. 얼마 전 중국 대표팀 전원이 바쁜 훈련 일정을 쪼개 상하이 황푸(黃浦)구에 자리한 중국 공산당 1차 당 대회 기념관을 찾은 것이다. 기념관은 100년 전인 1921년 중국 공산당 1차 전국대표대회가 열린 곳이다.
이곳을 찾은 중국남자축구대표팀은 중국 공산당의 역사인 당사(黨史)를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중국남자축구대표팀엔 외국에서 귀화한 5명의 선수가 있다. 브라질에서 3명, 영국에서 2명이 중국 국적을 얻어 대표가 됐는데 이들도 당사 공부에 동원됐다.
중국은 오는 7월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4개 역사를 배우자”고 다그치고 있다. 당사, 신(新)중국사, 개혁개방사, 사회주의발전사 등이다. 세계 2위의 GDP를 자랑하는 오늘날 중국의 성취는 중국 공산당 때문에 가능했기에 모두 “당의 말을 듣고 당과 함께 나아가자(聽黨話 跟黨走)”는 것이다.

역대 중국 축구의 최고 골잡이로 통하는 하오하이둥은 지난해 6월 ″중국 공산당 타도″ 폭탄선언을 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역대 중국 축구의 최고 골잡이로 통하는 하오하이둥은 지난해 6월 ″중국 공산당 타도″ 폭탄선언을 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교육 후 천수위안(陳戌源) 중국남자축구협회 주석은 사명감, 책임감, 명예심이 강화됐다며 예선 통과를 자신했다. 이런 모습은 1년 전 역대 중국 최고의 골잡이 하오하이둥(郝海東)이 “중국 공산당 타도”란 폭탄선언을 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국가대표가 된다는 건 끝없이 회의에 참여하고 구호를 외치는 것”이라며 “축구가 주는 기쁨과 도전은 철저하게 무시됐다”고 폭로한 바 있다.
축구는 흔히 상상력과 창의력, 자유의 정신이 필요한 스포츠로 일컬어진다. 한데 이에 대한 21세기 중국의 처방은 아직도 당성 강화라는 사상 교육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you.sangchul@joongang.co.kr

아무리 좋은 선생님 모셔와도 일으켜 세울 수 없어
2022 카타르월드컵 예선 앞두고 비장의 카드 꺼내
훈련 시간 쪼개 대표단 전원 중국 공산당 역사 공부
브라질과 영국서 귀화한 5명 선수도 예외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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