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장으로 읽는 책

헤더 크리스털 『더 크라잉 북』

중앙일보

입력 2021.06.0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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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더 크라잉 북

더 크라잉 북

눈물이 터진다는 동사는 정확한 것 같다. 마치 어떤 막에 기대어 있다가 결국 그것이 무너지는 것처럼, 몸과 눈물 사이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처럼, 마치 울음의 국가에 투항하는 것처럼. 혹은 눈물이 터진다는 건 내 자아가 눈물이 되는 것, 터져서 작고 뜨거운 물방울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울고 울다가 마침내 온통 눈물이 되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1000번은 읽은 어린이 그림책 ‘파랑이와 노랑이’에 이 말이 나오는 페이지는 그 튼튼한 종이가 허물어지고 있다. 헤더 크리스털 『더 크라잉 북』

감정만큼 인간에게, 또 사회에게 중요한 게 있을까. ‘울음’에 대한 다양한 고찰이 돋보이는, 시인의 에세이집이다.

“사람은 언어가 무력해질 때 우는 거라고들 한다. 말로는 더 이상 우리의 아픔을 적절히 전달할 수 없을 때 우는 것이라고.” “비잔틴 제국의 의사들은 늑대 인간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특징을 꼽았다.”  “부모가 우는 모습을 지켜볼 때의 그 막막함을 기억하는가.”

한 감독은 “네 어머니가 나쁜 놈에게 납치당했어. 초록색 몸에 피처럼 빨간 눈을 가진 남자에게”라는 거짓말로 아역 배우 셜리 템플에게 우는 연기를 끌어냈다. 모든 울음이 똑같진 않다. “백인 여자의 눈물은 유독 의심받는다. 여태 그들이 눈물을 무기 삼아 유색인에게, 특히 흑인에게 휘두른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 그들의 눈물은 다른 이들로 하여금 달려와서 돕게 만들고, 감히 그들을 울린 자를 나무라고 처벌하게 만든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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