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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혈관 막혀 뇌세포 죽어가는 초응급 질환 뇌경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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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전문의 칼럼  신희섭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을 통칭한다.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거나 평생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응급 질환이다.

보통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보다 치료에 여유가 있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뇌경색이야말로 초응급 질환이다. 뇌혈관이 막히면서 시시각각 뇌세포가 죽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3시간 안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거나 시술에 들어가야 뇌세포가 괴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간혹 증상이 생겨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라며 몇 시간 정도 기다려 보거나 검증되지 않은 약물 복용, 민간요법 등으로 병원에 오는 시간이 지연되는 때도 있는데, 이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다.

과거에는 뇌졸중 중에서도 뇌출혈 환자가 훨씬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전체 뇌졸중 환자의 60~70%가 뇌경색 환자다. 가장 흔한 원인은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으로 인한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증이다. 또 부정맥, 심부전 및 심근경색의 후유증으로 심장에서 발생한 혈전이 이동하다 뇌혈관을 막아 발생하기도 한다. 고령화와 함께 고지혈증, 비만, 심방세동 등 부정맥 환자가 증가하면서 뇌경색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뇌경색의 가장 중요한 치료는 혈전을 녹이는 용해제를 정맥으로 투여해 막힌 혈관을 뚫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제 조건이 있다. 일단 출혈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는 혈전용해제를 투여할 수 없다. 최근에 큰 수술을 받았거나 혈소판 수치가 낮아 지혈이 안 되는 경우, 과거에 뇌출혈 경험이 있는 경우, 수축기 혈압이 185 이상일 정도로 혈압 관리가 어려운 경우도 투여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통 절반 정도의 환자에게서만 혈전용해제 치료가 가능하다.

나머지 환자들은 혈관 내 혈전제거술을 통해 치료하게 된다. 최대 8시간까지 혈관 내 치료로 막힌 혈관을 뚫을 수 있다. 사타구니를 2~3㎜ 정도 절개해 대퇴동맥에 도관을 넣어 혈관을 막은 혈전을 빼낸다. 한번에 혈관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하고 숙련된 의료진에게 시술받는 것이 중요하다. 혈전을 제거하면 환자 상태는 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 편마비가 풀려 정상적으로 걷게 되고 어눌했던 발음이 개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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