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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일상 흔드는 두통, 빨리 탈출하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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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국제두통질환분류에 따르면 편두통은 구역 또는 구토를 동반하고, 빛과 소리에 대한 공포감이 발생하며,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양쪽 머리가 동시에 아픈 경우도 흔한 심각한 질환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두통으로 인한 통증의 심각성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기고

 통증의 강도를 1~10점으로 나타냈을 때, 편두통 환자가 느끼는 일반적인 통증은 7.1점이다. 골절로 인한 통증(7)보다 높고 출산의 고통(7.3)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편두통 증상이 극심할 때의 통증은 8.6점으로, 출산의 고통(7.3)과 신장 결석으로 인한 통증(8.3)보다 높다.

 편두통 환자를 더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비전문가에 의한 잘못된 치료가 두통을 오히려 유발하거나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약물과용으로 인해 새로운 두통이 나타나거나 기존의 두통이 현저하게 악화하는 ‘약물과용 두통’이 대표 사례다. 약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급성 진통제는 차치하고라도 아직까지 소수의 병·의원에서는 ‘트립탄’(편두통 특수 급성기 약물) 제제나 복합진통제의 과도한 처방이 종종 이뤄지고 있다. 급성 진통제를 한 달에 6일 이상 사용하면 약물과용 두통의 위험성은 6배 높아지며, 한 달에 11일 이상 사용하면 그 위험성은 20배까지도 올라간다. 약물과용 두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급성기 진통제의 효과도 떨어지고 두통의 빈도도 보다 잦아질뿐더러 갈수록 과용된 약물에 대한 의존성이 심해져 근본적 치료가 어려워진다. 이에 대한두통학회는 대국민 홍보를 통해 두통에 대한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으며, 두통 전문가 양성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두통질환분류에 명기된 230여 개의 개별적 두통 진단명 외에도 부수적인 다양한 진단명이 존재할 정도로 두통의 진단은 매우 복잡하면서도 전문적 지식을 요한다. 또 지속적인 관리가 매우 중요해 신경과 전문의를 통한 체계적이고 개인화된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 두통과 관련한 유발 인자 파악과 생활습관 교정을 기본으로 하고, 이에 더해 개인화된 약물치료를 해야 대부분의 두통이 호전을 보인다. 부족할 경우 다양한 시술법 이외에도 치료용 의료기기를 적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CGRP 관련 단일 클론 항체가 기존 치료에 반응이 없던 편두통 치료에도 강력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난치성 편두통 치료에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칼과 창에 있지 않고 믿음 속에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성경 말씀처럼, 그 어떤 치료 수단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환자에게 심어주는 일일 것이다.

배대웅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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