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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차 소리 줄이고, 별풍선 후원금 허용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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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앙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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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7 재·보선 유세가 한창이던 지난 4월 2일, 서울 종암경찰서가 허경영 당시 서울시장 후보 캠프 선거운동원이던 50대 남성 A씨를 협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유세차 음악 소리가 너무 크다. 좀 줄여달라”고 요구한 주변 행인의 차 유리창을 주먹으로 치며 “죽여줄까” 등 폭언을 한 혐의다.

선관위, 대선 앞두고 법개정 추진 #‘선거철 스트레스’ 소음 규제 강화 #정당·의원 후원금 상시 인터넷 공개

#2. 30대 직장인 B씨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후보를 ‘준스톤’으로 부르며 지지한다. 지난달 28일 “후원회 가동을 시작한다”는 글을 보고 20만원을 송금했는데 며칠 뒤 ‘내가 보낸 후원금이 어디에 쓰일까’란 궁금증이 생겼다. 인터넷 검색 끝에 선관위에 문의했지만 “별도 정보공개 청구를 해야만 회계 자료를 받을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중앙선관위가 유권자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한다. 유세 소음, 정치자금 공개 등 유권자의 생활과 관련된 규정을 시대에 맞게 바꾸기 위해서다. 20대 대선을 9달 남긴 시점에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를 대비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를 반영한 움직임이다.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6일 “국민의 높은 정치의식과 급변하는 선거·정치환경에 부합하는 정치관계법 제도의 선진화는 선관위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지난 4~5월 공직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우선 선거철 스트레스 유발 요인으로 지목되는 확성장치 소음 규제 강화(공직선거법 79·102조 개정)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개정의견에서 선관위는 ‘차량용 3㎾, 휴대용 30W 이내’를 신설 소음 기준으로 제시했다. 30W는 70dB 크기 소리를 20m 반경에 송출할 수 있는 출력이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주거지역·학교·병원 55~80㏈, 그 밖의 지역은 65~95㏈’로 소음 상한을 규정하지만, 선거 관련 공개장소 연설·대담은 적용 대상이 아니라 출력 제한을 전혀 받지 않는다.

정치자금법과 관련해서는 진영별 ‘팬덤’ 정치의 등장에 발맞춰 실시간 회계정보 인터넷 공개를 추진 중이다. 개정의견은 1년에 단 한 번 신고하는 각 정당과 의원(후원회 포함)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을 매달 신고하도록 바꾸고, 선관위가 이를 인터넷에 상시 게시하는 게 골자다. 대신 정치자금의 원활한 조달을 위해 선관위는 ‘현재 금지돼 있는 소셜미디어 후원서비스를 통한 유료아이템 모금을 허용하자’는 의견을 냈다. 정치자금법(10·14조)을 고쳐 BJ나 유튜브크리에이터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별풍선’이나 ‘슈퍼챗’ 같은 방식으로 정치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다.

지난달 한 차례 논란을 부른 정당가입 연령 하향(18세→16세)의 경우 “16세 이상 미성년자 투·개표 참관 허용, 청소년 모의투표 허용 등과 함께 참정권 확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게 선관위 측 설명이다.

지난 4·7 재·보선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왜 하죠’란 여성단체의 현수막을 불허해 야권의 반발을 샀던 것과 관련해서는 4월 22일 아예 관련 규정(공직선거법 90·93조)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또 한차례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 시설물·인쇄물을 이용한 정치적 의사 표현은 자유롭지 않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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