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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별의 순간"→"검사가 대통령 직행 없다" 김종인 변심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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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만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고 박한 평가를 내렸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만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고 박한 평가를 내렸다. 오종택 기자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 검찰 조직에 오래 있던 사람이 지금의 어려운 정국을 돌파할 수 있겠나.”

지난 4일 서울의 한 호텔 식당에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만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두고 한 말이다.

안 전 시장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내년 대선에서 현 야권이 정권을 잡으면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되는데, 이런 정치 구도에서는 리더십과 조정능력이 있어야 하고, 경제에 대한 대안이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며 우회적으로 윤 전 총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고 한다. 안 전 시장은 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이) 당내에서 사람을 찾아야지, 자꾸 외부 사람들 이야기를 지나치게 하니까 당 후보들이 부각이 안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며 “윤 전 총장처럼 한 분야에 오랫동안 있던 사람보다는 다방면의 경험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 (대선 주자로서) 좋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망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일 방송 인터뷰에서 “100% 확신할 수 있는 후보가 있으면 전적으로 도우려고 했는데,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윤 전 총장에게 다소 박한 평가를 했다.

지난달 7일에는 “내가 윤 전 총장을 기다리는 것 같은 표현들을 하는데, 지금까지 누구를 기다려 본 적 없다”고 말했고, 같은 달 10일에는 이한동 전 국무총리 빈소에서 취재진과 만나 “그 사람(윤석열)에 대한 얘기를 더는 묻지 말라. 내가 뭐 그 사람 이야기나 경과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종인(왼쪽)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중앙포토]

김종인(왼쪽)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중앙포토]

이는 올 초만 하더라도 김 전 위원장이 ‘별의 순간’을 언급하며 윤 전 총장에 대해 호평하던 것과는 많이 달라진 태도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월 “살아가는 과정에서 별의 순간은 한 번 밖에 안 온다. 윤 전 총장이 결단이 중요하다”고 격려성 발언을 하는가 하면, 윤 전 총장 사퇴 직후인 지난 3월에는 “이제 야권으로 편입된 윤 전 총장이 자기 나름의 목소리를 내면 그 자체가 (야권에) 큰 도움”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윤 전 총장을 대하는 김 전 위원장의 달라진 기류를 놓고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과의 공동 모색이 여러 이유로 진척이 안 되면서, 김 전 위원장의 불쾌지수가 높아진 것 같다”(국민의힘 재선 의원)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일단 당 밖에서 힘을 키워야 한다는 김 전 위원장의 구상과 달리, 최근 국민의힘 입당설이 나돌자 김 전 위원장이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4월 보궐선거 직후 윤 전 총장과 통화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이후 제삼자를 통해서 ‘현재 상황에서 만남은 피하자’는 연락이 왔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 일각에선 “국민의힘 대표 선거를 염두에 둔 의도적 발언”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최근 바람을 일으키는 이준석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상황에서, 이 후보와는 별다른 접점이 없는 윤 전 총장과는 일단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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