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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업체 이중고, 천정부지 운임에 빈 컨테이너도 없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LA항의 정박 중인 HMM 컨테이너선. [연합뉴스]

미국 LA항의 정박 중인 HMM 컨테이너선. [연합뉴스]

치솟는 운임에 공(空) 컨테이너 구하기도 힘들다. 이런 점 때문에 중소기업은 머스크(Maersk)·MSC 등 대형 외항 선사의 선적 공간 잡기가 아예 불가능하다.”

미국·유럽으로 중소형 트랙터를 수출하는 A기업의 해외영업 담당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물량을 전부 국적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으로 옮겨 공 컨테이너 부족은 해결했지만, 운임은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동부까지 오션 프레이트(해상 운임)는 7000~8000달러지만, 도어 투 도어(생산지에서 소비자까지 물류비) 운임은 최대 1만3000달러(약 1450만원)까지 올랐다”며 “20만 달러 트랙터 한 대를 수출하는데 물류비가 원가의 5% 정도 차지한다”고 했다.

천정부지로 솟은 컨테이너선 운임에 빈 컨테이너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며 중소 수출 기업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 물류중개업체 관계자는 “미국에서 해상·육상 하역작업이 늦어져 컨테이너 적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결국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을 포기하는 업체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컨테이너는 수출 기업이 직접 사거나 선사의 컨테이너를 빌려 쓰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두 가지 다 수출 기업에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 수급 차질로 인한 비용은 결국 선사보단 수출업체에 돌아간다”고 말했다.

상하이-유럽·미국 컨테이너 운임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상하이-유럽·미국 컨테이너 운임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제 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알 수 있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동부까지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8475달러(약 946만원)까지 올랐다. 상하이-유럽은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5887달러(약 657만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첫째 주보다 각각 3배, 7배 오른 가격이다.

컨테이너 운임의 고공 행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물동량과 함께 미국·중국 등에서 하역 작업이 지연돼 배 운항 주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미국 운항 주기는 코로나19 이전 7~8주였다. HMM 관계자는 “최근 미주 운항 주기가 2~3주 더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달엔 중국 남부의 주요 항구인 선전(深圳) 옌텐 항이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해 폐쇄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컨테이너가 돌아오지 않자 선사는 컨테이너 발주를 서둘렀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새로 발주하는 빈 컨테이너 가격은 1개당 4500달러(약 500만원)로 지난해 평균(2500달러)보다 껑충 뛰었다.

1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낸 HMM의 컨테이너 구매 비용도 급증했다. HMM은 지난해 10만TEU를 중국업체로부터 수입했고, 올해는 다음 달까지 총 12만TEU를 들여올 계획이다.

문제는 중국이 전 세계 컨테이너 생산을 독점하고 있어 한국으로선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알파라이너 등 글로벌 해운 조사업체에 따르면 CIMC·둥펑·CXIC·FUWA 중국 4개 업체가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선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10여년 전부터 신규 컨테이너 생산이 끊겼다.

해운·물류업계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여건상 컨테이너는 ‘공공재’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 국산화를 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권오경 인하대 교수(물류학)는 “지금은 생산원가 때문에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지만, 정부가 일정 자금을 대면 국내 수급이 어렵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이라 점에서 컨테이너 지원을 중소 수출기업으로 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종합정책본부장은 “컨테이너선 배 자체보다 빈 컨테이너 부족이 더 심각하다”며 “국적 선대를 구축한 것처럼 기간산업 보호를 위해 공적 자금을 일정 부분 지출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 시설물인 컨테이너 제작에 정부가 돈을 대야 하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이 본부장은 “국내 제작은 효용성 있는 특수 컨테이너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만, 지금 당장은 정부와 기업이 나서 컨테이너 유통 개선책부터 찾아야 한다”고 답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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