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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악연 맞다는 이준석 "숨길것 없다, 이유는 딱 하나"

중앙일보

입력

2016년 4월 7일 노원구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참석한 이준석 안철수. 중앙포토

2016년 4월 7일 노원구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참석한 이준석 안철수. 중앙포토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대표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그를 둘러싼 정치적 인간관계도 덩달아 재조명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이목을 끄는 건 야권 통합 파트너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질긴 ‘악연’이다. 이 후보도 4일 통화에서 “안 대표와 내가 껄끄러운 사이인 건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악연은 최근 이 후보를 향한 공격 소재가 되고 있다. 나경원 후보는 지난 1일 MBN 토론회에서 2019년 5월 바른미래당 소속이던 이 후보가 한 술자리에서 안 대표를 두고 ‘XX’라고 욕설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합당이 어려워진다”고 공세를 폈다. 실제 당시 이 후보는 당 최고위원과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하는 중징계를 받았다. 한때 한 지붕(바른미래당) 아래서 한솥밥을 먹던 두 사람은 왜 서먹한 사이가 됐을까.

이 후보는 2011년 말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발탁되면서 정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 몇몇 언론은 이공계 출신에 교육봉사단체를 운영하는 그에게 '리틀 안철수'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중앙포토

이 후보는 2011년 말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발탁되면서 정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 몇몇 언론은 이공계 출신에 교육봉사단체를 운영하는 그에게 '리틀 안철수'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중앙포토

사실 이 후보는 정치권에 처음 발을 들일 때부터 안 대표와 자주 비교되곤 했다. 2011년 12월 그가 새누리당 비대위원에 깜짝 발탁되자 언론에선 ‘리틀 안철수’라는 별명을 붙였다. 당시 정치판에선 흔치 않은 이과 출신에 교육봉사단체(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를 운영하는 이 후보의 경력이 청년 멘토로 이름을 알린 안 대표와 닮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후보는 “안 교수와 저를 비교하는 건 억지 프레임”이라고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당시 ‘안철수 현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정계에 파란을 일으킨 안 대표가 진보 진영 대선주자로 떠오르자 이 후보는 “새 정치라고 하는데 (안 대표의 정치는) 제가 볼 땐 낡은 정치”라고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이후 별다른 접점이 없던 두 사람은 2016년 서울 노원병 총선에서 맞붙으며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대선주자급인 안 대표와 ‘0선’의 이 후보의 대결을 두고 정치권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반응이 나오던 시절이었다. 이 후보는 자신을 '고향을 찾는 연어'로, 안 대표를 '몸집 큰 곰'에 비유하며 “불곰과 싸워 이기겠다”고 출마 포부를 밝혔다. 결과는 안 대표 52.3%, 이 후보 31.3% 득표율로 안 대표의 완승이었다.

한 식구 됐지만, 공천 갈등으로 등 돌려

2016년 4월 5일 서울 노원병 총선 후보자 토론회를 앞두고, 안철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분장실에서 악수하는 모습. 중앙포토

2016년 4월 5일 서울 노원병 총선 후보자 토론회를 앞두고, 안철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분장실에서 악수하는 모습. 중앙포토

하지만 2017년 터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소용돌이가 두 사람을 한 식구로 만들었다. 이 후보가 몸담았던 바른정당과 안 대표의 국민의당이 합당해 탄생한 바른미래당에서 둘은 한솥밥을 먹었다.

하지만 밀월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8년 6월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 공천을 두고 이 후보를 지지하는 유승민계, 반대하는 안철수계 인사들의 충돌이 빚어졌다. 당시 이 후보는 안 대표와 독대한 사실을 알리며 “안 대표가 나에게 불출마를 권고했는데, 공천 과정에서 손을 떼라”고 반발했다. 안 대표는 “(이 후보가) 대화의 절반만 공개한 것 같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결국 이 후보가 최종 공천됐지만,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등을 돌린 결정적인 계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후보는 이후 ‘안잘알’(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을 자처하며 안 대표 저격수로 변신했다. 2018년 6월 안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패배 뒤 미국으로 출국하자 이 후보는 “과연 이 사람이 당을 생각하느냐는 지적이 들어온다”며 “당 사람들의 화를 달래는 게 리더의 역할인데, 안 대표는 그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 후보는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 때 안 대표가 대구에서 의료 봉사에 나서자 “당은 다르지만, 영웅적인 모습에 경의를 표한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간만의 호평이었다.

이준석 “악연 맞다. 대표되면 공정할 것”

30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올해 서울시장 보궐 선거의 안철수·오세훈 단일화 국면에서 두 사람은 완전히 갈라섰다. 지난 3월 안 대표가 ‘김종인 상왕론’을 언급하자 오세훈 캠프에 몸담은 이 후보는 안 대표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를 ‘상황제’에 비유하며 “여자 상황제의 말만 듣다가 주변 사람들이 떠나간 걸 알긴 하는가”라고 맹비난했다.

이 후보는 당 대표 출마 뒤에도 안 대표 측과 줄곧 충돌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2일 “이 후보가 합당을 숙의하는 국민의당을 향해 구태의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하자, 이 후보는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달라”고 맞받았다.

이 후보는 4일 통화에서 “안 대표와 악연인 게 맞고, 내가 그간 저격수를 자처한 것도 사실”이라며 “숨길 것도 없이 이유는 딱 하나다. 2018년 안 대표의 서울 노원병 ‘공천 태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대표가 되면 사적인 감정은 모두 접어둘 것”이라며 “안 대표도 훌륭한 대권 주자이기 때문에 공정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당 관계자는 “합당과 대선을 앞두고 공공연하게 안 대표에 대한 반감을 표출해온 이 후보의 행보가 우려된다”고 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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