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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 주범 '이것'…해양도 보호하고 돈도 버는 '꽁초 수거'

중앙일보

입력

3일 오전 10시 서울 강북구 수유3동 인근 거리에서 구민 최영길(78)씨가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줍고 있다. 이가람 기자

3일 오전 10시 서울 강북구 수유3동 인근 거리에서 구민 최영길(78)씨가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줍고 있다. 이가람 기자

“저쪽 골목으로 가면 쌓이고 쌓였어. 이리로 와봐요.”

3일 오전 10시 서울 강북구 수유3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최영길(78)씨는 기자를 인근 골목으로 이끌었다. 손에는 청소집게와 봉투가 들려있었다. 최씨는 “술집이 모여 있는 건물 근처 골목에는 매일같이 담배꽁초가 쌓인다”며 “거리를 지나며 한 달간 모은 담배꽁초만 1㎏이 넘는다”고 말했다.

길거리 꽁초 주워오면 월 6만원, ‘수거보상제’

3일 오전 10시 서울 강북구 수유3동 인근 거리에서 구민 최영길(78)씨가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줍고 있다. 이가람 기자

3일 오전 10시 서울 강북구 수유3동 인근 거리에서 구민 최영길(78)씨가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줍고 있다. 이가람 기자

강북구 주민 최씨가 매일 담배꽁초를 줍는 이유는 ‘담배꽁초 수거보상제’에 참여하고 있어서다.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모아 주민센터에 가져오면 그 무게에 따라 보상금을 주는 이 제도는 강북구가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이다. 시행 첫 달에 22명에 불과하던 참여 인원은 매달 늘어 지난달에만 82명이 참여했다. 강북구에 따르면 제도 시행 후 세 달간 총 375㎏의 담배꽁초를 수거했다.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주워오는 주민은 매월 최대 6만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담배꽁초 1g당 20원씩 계산하며 월 상한액 무게가 3㎏이기 때문이다. 다만 상한액을 초과해 수거한 담배꽁초의 무게는 다음 달 실적으로 이월된다. 이날 최씨는 한 달간 모은 담배꽁초를 봉투에 담아 수유3동 주민센터에 제출했다. 전자저울에 찍힌 봉투의 무게는 1359g이었다. 보상금 2만7180원은 다음달 최씨의 계좌로 입금될 예정이다.

3일 오전 11시 서울 강북구 수유3동 주민센터에서 '담배꽁초 수거보상제'에 참여 중인 최영길(78)씨가 그동안 모은 담배꽁초를 제출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3일 오전 11시 서울 강북구 수유3동 주민센터에서 '담배꽁초 수거보상제'에 참여 중인 최영길(78)씨가 그동안 모은 담배꽁초를 제출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별다른 직업 없이 폐지를 주우며 생활비를 벌던 최씨는 두 달 전부터 통장의 권유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최씨는 “폐지를 주워 파는 것보다 담배꽁초를 줍는 게 더 돈이 된다”며 “길거리도 깨끗하게 만들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어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50대 이상 어르신 분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167명이 담배꽁초 줍기에 참여해 총 701만원의 수거보상금이 지급됐다”고 말했다.

담배꽁초, 해양생태계 위협하는 미세플라스틱 주범

'담배꽁초 수거보상제'에 참여한 최영길(78)씨는 지난달에 1359g의 담배꽁초를 수거했다. 보상금 2만7180원은 다음달 최씨의 계좌로 입금될 예정이다. 이가람 기자

'담배꽁초 수거보상제'에 참여한 최영길(78)씨는 지난달에 1359g의 담배꽁초를 수거했다. 보상금 2만7180원은 다음달 최씨의 계좌로 입금될 예정이다. 이가람 기자

이러한 수거보상제는 담배꽁초가 하천과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하루 약 1246만 개비의 담배꽁초가 길거리에 버려지고 있다. 이재봉 강북구청 청소행정과장은 “담배꽁초는 일반적인 생활쓰레기가 아니라 유해물질이다”며 “길거리에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가 하수구나 빗물받이를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양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에서도 담배꽁초를 해양미세플라스틱의 주범으로 꼽는다. 강재원 인천녹색연합 활동가는 “담배꽁초 필터의 90% 이상이 ‘셀룰로오소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다”며 “이 소재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생분해되지 않고 햇빛과 습기를 동반한 환경에서 미세플라스틱 조각으로 부서진다”고 말했다. 강 활동가는 담배에 포함된 7000여가지의 화학물질과 미세플라스틱 성분으로 인해 하천과 바다로 유입된 담배꽁초가 해양오염을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담배꽁초에 대한 관리방안은 미흡한 상황이다. 환경부가 2020년 5월 발표한 ‘담배꽁초 관리체계 마련 연구용역’ 자료에 따르면 현재 담배꽁초의 수거와 처리 과정에 대한 시스템은 전무하다.

강 활동가는 “담배꽁초 발생량 및 해양유입률 등 국가적 통계자료도 수립되지 않은 실정이다”며 “담배꽁초가 도로와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고 담배꽁초가 버려지지 않도록 하는 캠페인 등 여러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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