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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향해 ‘급가속’하는 美…백신 시차가 회복 시차 부르나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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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근 국제팀장의 픽: 회복 시차 

“인력도, 재고도 부족하다. 자고 나면 가격이 뛴다.”

일상 회복의 시동을 건 미국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이다. 코로나19에 잔뜩 움츠려있던 소비가 갑자기 튀어 오르며 곳곳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메모리얼 데이 연휴가 시작된 28일 이후 미국 공항· 도로는 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AFP=연합]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메모리얼 데이 연휴가 시작된 28일 이후 미국 공항· 도로는 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AFP=연합]

대표적인 게 중고차 시장이다. ‘보복 소비’는 폭발하는데 신차 출고는 지연된다.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이 ‘병목 현상’에 걸리면서다. 자연히 중고차로 눈을 돌리는 사람도 늘었다. 4월 기준으로 미국의 중고찻값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1% 올랐다. 월간 기준으로 최대 상승 폭이다.

인력 시장도 마찬가지다. 트럭 운전사, 항공사 승무원, 식당 종업원, 프로그램 개발자까지 거의 모든 산업과 직종에서 구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상품 가격에다 임금까지 오르니 물가도 들썩인다. 4월 기준 물가상승률은 4.2%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자 ‘돈의 홍수’로 코로나 위기에 맞서던 통화당국도 태세전환을 하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사들였던 회사채와 상장지수펀드(ETF) 주식을 내다 팔아 풀린 돈을 회수하기로 했다.

전에 볼 수 없던 이런 현상에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도 최근 갖가지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이런 미국의 경제 상황을 신호등 앞에 멈춰 있던 차가 급출발할 때 나타나는 현상에 비유했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순간적으로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세게 밟으면 헛바퀴가 돌며 차가 휘청거린다. 코로나19로 위축됐다 빠르게 풀리는 미국 경제가 지금 딱 그런 상황이란 것이다.

그러면서 “차는 잠시 흔들리겠지만 곧 정상궤도를 찾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친다. 하지만 파장이 장기간 이어지거나 인플레이션이 고착되는 등 전혀 다른 궤도를 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역사상 비교할만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워싱턴 DC의 한 백신 접종센터 모습. [AFP=뉴스1]

미국 워싱턴 DC의 한 백신 접종센터 모습. [AFP=뉴스1]

이런 전례없는 급반전을 연출한 건 역시 백신이다. 영국 파이내셜타임스(FT)의 ‘백신 트래커’에 따르면 2일 기준 미국의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 횟수는 89.5회다. 역시 일상 회복 단계에 들어선 이스라엘은 117회, 영국은 98.3회다. 초반 갈팡질팡하며 뒤처졌던 유럽연합(EU)도 57.4회로 스퍼트 중이다.

특징적인 것은 상위권에 싱가포르(71회)를 제외하곤 아시아 주요국들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17.3회)은 최근 들어 속도가 올라가긴 했지만 여전히 순위는 79위로 하위권에 머물러있다. ‘방역 모범국’으로 불리다 백신 확보에서 실기한 대만(2.4회)은 134위로 참담한 수준이다. 94위의 일본(11.7회)에선 이미 한차례 연기한 올림픽 개최 반대 여론이 거세다.

이런 '불균형 구도' 역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불편함을 조금 더 견뎌야 하는 수준에서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앞서 WSJ은“서구보다 백신 접종이 느린 아시아 국가들이 적지 않은 경제적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상 회복의 시차가 내수 회복 시차로 이어지고, 정책의 발목을 잡아 자칫 실기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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