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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울리는 BTS세트? “BTSD로 고생”…“봉투 220만원” 판매 글도

중앙일보

입력

3일 오후 한 맥도날드 매장. 채혜선 기자

3일 오후 한 맥도날드 매장. 채혜선 기자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내 대학가에 있는 한 맥도날드 매장.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상징색인 보라색 풍선이 매장 곳곳에 걸려 있었다. 또 그들의 신곡 ‘버터(Butter)’가 흘러나왔다. 외국인 3명은 BTS 사진이 있는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A씨는 "BTS 세트를 먹으러 매장에 왔다"며 "패스트푸드라서 바로 나올 줄 알았는데, 대기시간이 생각보다 길다"고 말했다.

‘아미’로 북적이는 매장…‘BTSD’ 신조어도

SNS에서 이어지는 #BTSmeal 후기.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SNS에서 이어지는 #BTSmeal 후기.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맥도날드와 BTS가 손잡고 지난달 27일 출시한 ‘더 BTS 세트’가 BTS 팬인 ‘아미’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더 BTS 세트’를 먹었다”는 인증이 잇따른다. ‘더 BTS 세트’를 뜻하는 ‘BTSmeal’이라는 해시태그(#)만 인스타그램에서 4일 오후 기준 3만 4000여건 넘게 검색된다. ‘더 BTS 세트’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전 세계 50개국에서 판매한다.

아르바이트생은 밀려드는 주문에 정신없다고 입을 모은다. “온몸에서 기름 냄새가 난다” “종일 감자 튀기느라 정신없다” 등과 같은 후기가 SNS에 올라오는 식이다. 신조어처럼 “아르바이트생이 신종 병인 ‘BTSD’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도 퍼진다. ‘BTSD’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BTS를 합친 말이다. 그만큼 ‘더 BTS 세트’를 찾는 이들이 많다는 걸 뜻한다. 한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은 “‘더 BTS 세트’를 찾는 손님으로 매장이 온종일 붐비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팬 사이에선 굿즈 만들기 열풍 

해외 '아미'들이 BTS 세트 포장지로 만든 각자 굿즈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해외 '아미'들이 BTS 세트 포장지로 만든 각자 굿즈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더 BTS 세트’를 주문하면 음료 등이 BTS 로고가 박힌 보라색 포장에 담겨 나온다. 이는 ‘아미’의 팬심을 자극한 분위기다. 포장지를 활용해 굿즈(Goods)로 만드는 방법 등이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해외 ‘아미’ 사이에서는 포장지로 휴대전화 케이스나 열쇠고리·북마크 등을 만들었다는 후기가 공유되고 있다. 포장지를 액자나 아크릴 케이스에 넣어 마치 작품처럼 전시하는 이들도 있다.

리셀러도 등장…전문가 “MZ세대 놀 거리” 

'이베이'에 올라온 BTS 세트 봉투 판매 글. 판매자는 가격을 1999달러로 책정했다. 사진 이베이 캡처

'이베이'에 올라온 BTS 세트 봉투 판매 글. 판매자는 가격을 1999달러로 책정했다. 사진 이베이 캡처

치솟는 인기만큼 부작용도 있다. 세트 가격보다 비싸게 포장지 등을 판매하는 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온라인 중고사이트 ‘이베이’에는 “희귀한 봉투”라며 BTS 로고가 새겨진 종이봉투를 1999달러(한화 223만원)에 파는 글도 올라와 있다. 세트를 담았던 포장지는 약 12달러(한화 1만3000원)에 거래된다. ‘더 BTS 세트’는 한국에서 5900원에 팔린다.

전문가는 ‘더 BTS 세트’가 ‘버즈 마케팅(입소문)’에 성공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소비자들이 알아서 입소문을 내며 트렌드로 자리 잡게 했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이야기가 있다면 소비자 선택이 달라진다”며 “‘BTS’라는 스토리텔링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오늘날 소비는 하나의 놀이로 잡았다”며 “‘아미’가 대부분 MZ세대(9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와 2000년대생 Z세대)지 않나. 주 활동공간이 온라인인 MZ세대에게 또 하나의 즐기고 놀 거리가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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