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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많은 작곡가가 갖춘 '부의 삼박자' [고전적하루]

중앙일보

입력

주식 시세를 보느라 휴대전화를 놓지 못하는 우리처럼, 이 사람은 수입ㆍ지출을 따지느라 언제나 종이와 연필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입니다.

고전적하루 3화에선 재물에 가장 밝은 눈을 가졌던 슈트라우스를 알아봅니다. 슈트라우스에겐 부를 위한 삼박자가 충분했습니다.

우선 태어났더니 부자였습니다. 그의 어머니 이름은 요제피네 프쇼어(Pschorr). 프쇼어 가문은 뮌헨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집이었고, 지금도 뮌헨의 대표 맥주입니다.

젊은 시절의 슈트라우스. [사진 위키피디아]

젊은 시절의 슈트라우스. [사진 위키피디아]

그다음엔 잘 벌었습니다. 슈트라우스는 젊은 시절 충격적인 음악으로 이름을 알렸던 떠오르는 작곡가였죠. 20세기의 전위를 예감케 하는 음악, 극단적이고 퇴폐적인 오페라들, 기존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소리의 규모…. 신문 기사는 그의 다음 작품을 예상하느라 바빴다고 합니다. 지휘자로도 뻗어 나갔습니다. 뮌헨에서 출발해 베를린,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지휘자로 유명해진 그는 드디어 미국 순회공연에 나서게 됩니다.

1900년대 초반엔 미국을 중심으로 벌어들인 돈이 한 해 6만 달러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요즘 가치로 쳐도 6700만원. 나쁘지 않은데요, 당시엔 물론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미국의 상위 노동자들 평균 연봉이 500달러쯤이었다고 하니까요.

게다가 그는 돈 버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공연을 앞둔 연습 현장에서도 종이에 수입과 지출을 적으며 돈을 관리했고, 끝없는 협상과 투지로 몸값을 올렸습니다. “음악은 잊어버리고 돈만 아는 돼지”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노후에 쓸 자금을 마련해놓는 일일 뿐”이라고 응수했다 합니다. 20세기의 미국 평론가 해롤드 숀버그는 “그는 경쾌한 현악기 소리보다 돈 세는 소리를 더 좋아했다”고 썼습니다.

슈트라우스의 집. [사진 위키피디아]

슈트라우스의 집. [사진 위키피디아]

마지막 박자는 바로 배우자입니다. 슈트라우스의 아내 파울리나는 소프라노였는데요, 만만치 않은 성격이었습니다. 오페라 공연을 올리면서 슈트라우스와 처음 만났는데, 불같이 싸우던 그들이 결혼한 자체가 놀라움이었을 정도라니까요.

파울리나는 무엇보다 남편의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돈을 벌 잠재력 말이죠. 그는 남편을 늘 채찍질하며 “그렇게 놀지 말고 어서 작곡을 하라”며 등을 떠밀었습니다. 슈트라우스가 “아내를 만나지 않았으면 방탕하고 돈도 흥청망청 쓰는 사람이 됐을 것”이라고 회상했을 정도라고 하니까요.

부를 노골적으로 좇는 이 시대에 슈트라우스를 다시 들어봅니다. 그에게 부를 가져다준 음악, 그리고 아내를 위해 만들었던 노래까지요.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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