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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엔 文공항 서쪽엔 文공대”…1.6조 ‘국민 등골 브레이커’ [윤석만의 뉴스뻥]

중앙일보

입력

내년 3월, 그러니까 대선을 열흘 앞두고 한전공대가 전남 나주에 개교합니다. 아직 건물조차 없는데 지난주 신입생 모집요강을 발표했습니다. 일반 대학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특혭니다. 야당은 한전공대 설립을 반발했지만, 이번에도 여당이 밀어붙였습니다. 정원 미달인 지방대가 속출하는데, 대학을 왜 또 만들까요.
 이낙연 지사가 약속했던 한전공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고, 지난 3월 법안 통과로 개교가 확정됐습니다. 당초 한전공대는 노벨상 수상자 등 ‘스타 교수’를 총장으로 영입해 글로벌 톱10 공대로 육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반 교수들에겐 다른 교수보다 훨씬 많은 4억 원가량의 연봉을 약속했죠. 1000명의 학생들에겐 등록금과 기숙사가 무룝니다.
 결국 ‘돈 먹는 하마’입니다. 한전 측에 추계한 비용은 10년간 1조6112억 원입니다. 전남도와 나주시가 2000억 원을, 나머지 대부분은 한전이 부담합니다. 원전폐기 정책 이후 한전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공대 유지비용까지 대려면 등골이 휠 수밖에 없습니다.

2021년 3월 23일 국회 법사위  

“전력산업기반기금이라는 게 국민들이 세금 낼 때 거기에 3.7% 얹어서 내잖아요. 이것 공대 주겠다고 한 것 아닙니까. 10년 동안에 필요한 돈으로 최소한으로 잡은 게 1조 6000억 원인데, 최소한이겠죠?”(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현재 계획으로는 그렇습니다.”(성윤모 산자부 장관)
 올초 정부가 개정한 시행령을 보면 한전공대의 설립·운영비를 전력기금에서 충당할 수 있게 됩니다. 전력기금은 국민이 내는 전기료의 3.7%를 떼어내 조성합니다. 거의 모든 국민이 전기료를 내기 때문에 사실상 ‘준조세’죠. 이는 한전공대 운영비를 국민 돈으로 쓰겠다는 이야깁니다. 동의도 구하지 않고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가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부영 골프장 제공 대가는 아파트?

 부지 마련 과정에서 논란도 있습니다. 당초 부영은 골프장으로 운영하던 땅의 절반을 기부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아파트를 짓겠다며 나주시에 계획안을 냈죠. 처음엔 5800가구를 예고했다가, 5300가구로 줄였습니다. 녹지 조성이 잘 돼 있고 한전공대를 끼고 있어 개발 시 엄청난 이익이 나올 전망입니다.
2021년 3월 23일 국회 법사위
“한전공대 짓는데 부영에서 골프장 절반 기부했다 홍보했잖아요? 무상으로, 한전공대 부지 공짜로 들어서 도 안 들어간다고. 그런데 나머지 절반을 변경해서 아파트로 지으면 부영에 수익이 5000~6000억 남는다는 거 아닙니까. 이게 특혜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지금 제가 알기로는 선정에서 세 군데가 제안이 들어왔고...”(성윤모 산자부 장관)
“아니 제가 지금 말씀드린 그 부지 도시계획 변경에 대해 알고 있냐고요?”(윤한홍 의원)
“지금 말씀 주신 정도 알고 있습니다.”(성윤모 장관)

건물도 없는데 대학 개교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통상 대학 설립은 5~6년이 걸립니다. 원래대로면 한전공대의 개교 시점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죠. 그런데 정부여당은 한전공대에 특혜를 줬습니다. 현행법에선 학교 시설과 설비가 있어야 허가가 납니다. 하지만 한전공대는 이걸 패스했습니다. 그래서 아직 건물도 없는데 내년 신입생을 뽑는 거죠.
 지난해 11월 국회 법안 검토보고서엔 이렇게 나옵니다. “특별법으로 특례를 부여해 신속한 개교를 가능케 하는 것이 법안의 제정 취지”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국가가 아닌 다른 설립 주체가 이런 방식으로 개교하는 건 최초라고 했습니다.
 가덕도 신공항은 문재인 공항이란 논란이 있습니다. 한전공대는 문재인 공대가 될 판입니다. 10년 후엔 지금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1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대학을 굳이 만들어야 할까요. 기존 대학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이 돈을 쓴다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선심성 공약보다 무서운 건, 이걸 행동으로 옮기는 겁니다. 잠깐 표를 얻기 위해 사탕발림할 순 있지만, 엄청난 돈을 들여 결과가 뻔한 사업을 벌이는 건 낭비입니다. 이제라도 냉정해지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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