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원샷]SNS 떠도는 “AZ는 4500원짜리 싸구려” 진실은

중앙일보

입력

뉴스 ONESHOT’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SNS에 돌고있는 백신 가격 비교 글. 중앙포토

SNS에 돌고있는 백신 가격 비교 글. 중앙포토

이에스더 복지팀장의 픽: 백신 가격 비교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장모(61)씨는 조만간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다. 한데 장씨의 80대 노모가 며칠째 접종을 만류해 심란하다고 전했다. 장씨는 “동네 어르신들끼리 모인 단톡방에 AZ는 싸구려 백신이라서 효과도 별로고 부작용이 심하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라며 “발음하기도 어려운 백신 종류를 줄줄 외며 AZ 맞지 말라고 하는데 아무리 그게 아니라고 설명을 해도 들은 척도 안 하신다”며 하소연했다.

최근 60세 이상 AZ 본격 접종을 앞두고 SNSㆍ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AZ 백신을 비판하는 글이 확산하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맞는 아스트라제네카는 4달러”라며 “부작용 없는 비싼걸 들여오면 내 돈 내고 맞겠다”는 원색적인 비난이 담겼다. AZ 백신의 가격이 4달러(4500원)로 화이자ㆍ모더나 등 다른 백신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게 이유다. 가격이 싼 백신은 나쁘고 가격이 비싼 백신은 좋은걸까.

코로나19 백신 가격은 기밀사항이라 지금까지 정확하게 공개된 적이 없다. 각국 정부가 가격을 공개하지 못하게 돼있다. SNS에 떠도는 글에 담긴 내용은 지난해 9월 미국의 생명과학 솔루션 업체인 ‘에버새너(EVERSANA)’가 낸 코로나19 백신 가격 전망 보고서 내용과 거의 같다.

보고서는 당시 3상에 돌입한 백신을 나열하고 가격을 전망했다. 백신 1도즈(1회분) 당 모더나는 32~37달러, 화이자는 19.5달러, AZ는 4달러, 시노팜은 72.5달러, 얀센은 10달러, 사노피-GSK는 21달러, 노바백스는 16달러 등이다. 이는 백신 개발이 완료되기 전 민간 기업이 추정한 예상 가격일 뿐이다.

SNS에서 확산 중인 백신가격 비교 글. 연합뉴스

SNS에서 확산 중인 백신가격 비교 글. 연합뉴스

실제 백신 가격으로 추정할만한 정보가 공개된적이 있긴 하다. 지난해 12월 에바 드 블리커 벨기에 예산부 장관이 트위터에 EU(유럽 연합)가 구매 계약을 맺은 6가지 백신 가격표를 띄웠다가 삭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가격표에 따르면 AZ는 1도즈 당 1.78유로(약 2400원), 화이자는 12유로(약 1만6000원), 모더나는 18달러(약 1만9800원), 얀센 8.5달러(9500원) 등 앞선 전망치보다 훨씬 가격이 저렴했다. EU는 “백신 가격은 기밀”이라고 밝혔으나 이 가격표가 전세계에 보도되며 기정사실이 됐다.

AZ가 상대적으로 저렴한건 사실, 이유는

AZ백신이 다른 백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은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자 백신치료제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전혜숙 의원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백신과 관련한 잘못된 정보가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 가격이 높으면 효능이 높다는 얘기가 있다. 사실이 아니다. 백신 가격과 효능은 비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비싼 백신의 효과가 높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가격은 정부 지원여부와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백신 개발 방식의 차이도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며 “화이자ㆍ모더나는 mRNA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생산했고, AZㆍ얀센은 전통적 방식을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AZ 백신은 사연이 하나 더 있다. AZ 백신의 후보물질을 개발해낸 건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의 제너 연구소(jenner institute)다. ‘종두법’의 에드워드 제너 이름을 건 연구소다. 제너 연구소는 백신 후보 물질을 개발해냈지만 직접 제품화하고, 대량 생산해 전세계에 공급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다국적 제약사들과 공동개발협약을 맺기로 했다. AZ측에 따르면 당시 제너 연구소는 ‘‘코로나19 백신 판매로 이윤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펜데믹 상황에서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게 이윤보다 먼저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조건에 AZ가 응하면서 AZ 백신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백신도 싼게 비지떡일까.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경기도 성남의 한 요양병원에서 12명이 집단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들은 모두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상태였다. 347명의 직원ㆍ환자 중 203명이 AZ를 맞았는데 이들은 모두 음성이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AZ백신을 1차라도 맞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사망한 사례는 1건도 없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1차 접종 후 예방 효과는 89.5%, 사망 예방 효과는 100%다. 화이자 접종자와 큰 차이가 없다.

서은숙 순천향의대 교수는 질병청 전문가 간담회에서 “60대 이상에서는 접종자의 0.2% 만이 이상 반응을 신고하는데 이 중 90% 이상은 열과 근육통 등 일반적인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영국은 (5000만명의 접종자 중)AZ 반, 화이자 반 정도 접종했는데 접종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라며 “가격과 성능이 비례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팬데믹 와중에 AZ가 수익성을 추구하지 않는 자세는 높게 평가받을 만 하다”라고 덧붙였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도 “백신 가격과 효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백신 임상 결과인 효과를 맞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95%, AZ는 70%(미국 3상에선 76%), 얀센은 66%로 알려져있지만, 이는 개별 임상 연구의 결과라서다. 마 부회장은 “임상 설계가 다 다르기 때문에 그 결과만 보고 뭐가 낫다고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Z는 영국에서 3000만명 가량 접종해서 효과를 인정받았고, 부작용도 6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더 적게 나타난다”며 접종을 당부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