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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의 우선순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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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9호 31면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뉴스룸 본부장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뉴스룸 본부장

여권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포함한 전방위 경기 부양 카드를 연일 꺼내고 있다. 여권 대선주자들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재정 당국은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수출 호조와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1분기 국세 수입이 지난해보다 19조원 늘자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열린 입장이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포함하는 추경안 편성과 처리가 시급하다”고 운을 띄웠다. 윤 대표는 3일 정책조정회의에서도 추경과 관련 “상반기 세수가 더 걷혀 생긴 재정 여력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정청에 지역화폐형 제2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청드린다’고 썼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방역 상황과 경제 여건 변화에 곧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추가 세수를 활용한 추가 재정 투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지원금, 인센티브 급하지만 #보상 확대로 백신 포비아 해소부터

다만 ‘대선용 퍼주기’ 논란,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 취약계층 선별 지원 목소리 등도 커서 재난지원금 규모나 지급 방식을 놓고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재원이 문제다. 이미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1차 추경(14조9000억원)을 편성하면서 9조9000억원어치의 국채를 찍었다. 여당에서 소급 적용은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업 손실보상금 등까지 감안하면 2차 추경 규모는 최대 3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0%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1차 추경 감안 48.2%). 다른 나라에 비해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지만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빨라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이렇게 재난지원금이나 손실보상금으로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을 공급하는 것도 급한 일이다. 그렇다고 궁극적인 해법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끝낼 ‘게임 체인저’는 백신이고,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게 중요한 일이다. 정부는 11월 집단면역을 목표로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모임 제한 면제, 야외 마스크 미착용 허용 등의 인센티브 덕인지 지난해 마스크 구입 때처럼 백신 접종 예약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5일로 국내 백신 접종 100일째를 맞은 가운데, 3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인구 대비 1차 접종률은 13.1%로 늘었다.

물론 ‘백신 포비아(공포증)’까지 싹 가신 건 아니다. 백신을 맞으면 유전자가 변한다거나 치매에 걸리기 쉽다는 등의 가짜 뉴스 탓이 크다. 그러나 백신의 일상화 우려가 나오는 마당에 가짜 뉴스가 퍼지는 것만 탓할 게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갖고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를 알려 백신에 대한 불신과 이상반응의 두려움을 해소하는 게 더 중요하다. 더불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부작용 보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에서 현재까지 198건(사망사례 97건, 중증사례 101건)을 심의한 가운데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한 사례는 2건에 불과하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나도 인과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지원을 받기도 쉽지 않다는 뜻이다. 어떤 약이나 백신이든 부작용이 뒤따르게 마련이라 사소한 피해까지 보상하긴 어렵지만 청와대 청원으로 죽음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나오는 건 이상반응 못지않게 이상한 일이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도 선뜻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보상을 확대해 안정감을 주는 게 재난지원금이나 백신 접종 인센티브를 주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다. 급한 일과 중요한 일 중에선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 하는 법이다.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뉴스룸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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