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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수술 후 재발한 요통, 한방치료 만족도 95%로 높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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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9호 28면

생활 속 한방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는 덕분에 양손의 자유를 얻어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했다. 다른 동물에 비해 신체 능력은 떨어지지만 자유로운 두 손으로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이는 비약적인 두뇌 발달로 이어졌다. 인류는 도구의 활용과 함께 불을 발견하면서 급속도로 진화하며 먹이사슬의 정점에 오르게 된다.

척추 수술 환자 4년 새 15% 늘어 #주변 조직 손상 등으로 재발 많아 #10명 중 4명 꼴 후유증에 시달려 #추나요법·약침 등 통합치료 효과

하지만 직립보행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에게 많은 질환을 안겨줬다. 대표적으로 요통이 있다. 요통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현재도 우리가 겪는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다. 사족보행을 하는 동물과 달리 두 다리로 땅을 딛고 있는 인간은 태생적으로 불안정한 자세를 갖고 있다. 두 발로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어려운 일인지는 로봇 개발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로봇의 역사는 길지만 두 발로 제대로 직립보행할 수 있는 로봇은 최근에야 등장했다. 그만큼 균형 잡기가 매우 까다로워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평생을 불안정한 자세로 살아가고, 그 부담을 받치는 것이 척추다. 이 말은 척추가 평생에 걸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이유로 인간의 80%는 평생 한 번은 요통(허리통증)을 경험한다. 문제는 척추에 쌓이는 부담을 해소하지 못하고 요통이 반복되면 결국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과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척추질환은 필연적으로 삶의 질을 위협한다. 척추 주변 통증이 지속하면 걷는 것조차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상이 위협받다 보니 환자들은 조급해지고, 고민할 새도 없이 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척추 수술을 받는 환자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척추 수술 환자는 2016년 15만4922명에서 2020년 17만9118명으로 4년 새 약 15% 증가했다.

그러나 척추 수술 후에도 통증이 재발하거나 기능장애가 개선되지 않는 등 후유증을 겪는 환자들이 있다. 바로 ‘척추수술실패증후군(FBSS)’ 환자들이다. 보고에 따르면 수술을 받은 환자의 10~40%는 척추수술실패증후군을 호소한다.

척추수술실패증후군의 원인은 다양하다. 수술은 척추 주변 조직을 손상한다. 수술이 잘 이뤄졌더라도 수술받은 척추와 주변 조직은 이전보다 약해진다. 따라서 조금만 무리해도 재발 위험이 커진다. 또 수술 과정의 신경 손상이나 수술 시 삽입한 금속물에 의한 통증도 척추수술실패증후군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척추 수술 후유증을 겪는 환자들은 비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실제로 의료현장에서 척추 수술 후유증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을 자주 만난다. 이들은 “재수술을 피하면서도 통증 없이 예전처럼 생활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 이 같은 요구가 지속해서 커지면서 한의계에서도 척추 수술 후에도 통증과 기능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는 척추수술실패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방통합치료의 임상적 유효성과 만족도를 살펴본 연구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2015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자생한방병원(강남·대전·부천·해운대)에 척추수술실패증후군으로 1주일 이상 입원한 만 19세 이상 70세 이하 환자 중 총 234명의 환자를 선별해 각 지표에 대해 평가를 했다. 지난해 9~12월 진행된 장기추적 설문조사에는 106명이 참여했다. 연구 대상자는 평균 28.1일 동안 척추실패증후군 치료를 위해 추나요법과 약침, 침, 한약 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를 받았다.

먼저 허리 통증 숫자평가척도(NRS)는 입원 시 5.77에서 한방통합치료를 받고 퇴원한 시점에 3.15로 통증이 감소했다. 다리 NRS도 4.4에서 절반 수준인 2.52로 떨어졌다. 이는 중등도 이상의 통증이 경증 수준으로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기능장애지수(ODI) 측정에서는 입원 시 기능장애가 심한 50.55점에서 퇴원 시 17.36점 감소해 33.19점으로 개선됐다. 특히 장기 추적조사에서 ODI는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인 27.39점으로 더욱 좋아진 결과가 나왔다. ODI는 점수가 높을수록 기능장애가 심함을 의미하는 만큼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한방통합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삶의 질도 향상됐다. 삶의 질을 측정하는 EQ-5D 척도는 입원 시 0.54였지만 퇴원 시점과 장기 추적조사에서 모두 0.74로 증가한 후 장기적으로 유지됐다. EQ-5D는 1에 가까울수록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척추수술실패증후군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장기 추적조사에서 95.3%(101명)가 한방통합치료 효과에 대해 만족을 표했다.

이러한 비수술 한방통합치료의 임상적 유효성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척추 환자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이때 수술과 비수술의 갈림길에서 환자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만약 수술하지 않고 척추질환으로 인한 통증과 기능장애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면 척추 환자들의 선택 폭도 넓어지지 않을까.

최근 보건복지부는 ‘2020년 한방의료이용 및 한약 소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살펴보면 한방치료를 이용하려는 목적으로는 ‘질환 치료’가 94.5%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72.8%가 ‘근골격계 질환’으로 한방의료기관을 방문했다. 한방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의 경우 71.9%가 ‘치료 효과가 좋다’는 이유로 한방치료를 선택했다. 2017년 64.8%에서 7.1%p 상승한 수치다. 이는 척추질환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한방치료의 수요가 크고, 치료 만족도 또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다. 100년의 세월을 견디는 한옥의 비결은 웅장한 대들보에 있다고 한다. 우리 몸의 대들보인 척추도 마찬가지다. 삶을 지탱하는 척추의 건강을 지키는 비결은 보존하고 관리하는 데 있다. 지금도 척추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비수술 한방치료가 건강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함께 나누고 싶다.

김경훈 분당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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