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서 만난 삶과 죽음 사이의 틈

중앙선데이

입력 2021.06.0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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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9호 21면

우리는 날마다 죽는다

우리는 날마다 죽는다

우리는 날마다 죽는다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 지음
까르마 빼마 돌마 옮김
지영사

국내에도 꽤 알려진 티베트 승려인 저자는 2011년 6월부터 4년 반 동안 히말라야 일대를 방랑하며 수행을 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방랑 수행’에서의 체험을 기록한 것이다. 저자의 제자이면서 『번뇌를 지혜로 바꾸는 수행』이란 책을 공동 저술했던 미국 출신 불교 언론인 헬렌 트워르코프가 이 책도 함께 썼다.

방랑을 떠날 당시 저자는 이미 명망 있는 뗄가 사원의 36세 승원장이었다. 11살에 출가해 많은 수행을 거쳐 승원장 지위에까지 오른 그는 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방랑에 나섰던 것일까? 법맥의 계승자이자 승원장이라는 높은 신분이 그에게 제공하는 온갖 보호 장치를 벗어 버리고 ‘이름 없는 이’로 살아보고 싶었다고 한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아주 오랫동안 동경해오던 일이었다.

홀로 방랑에 나서자마자 곧바로 부닥친 것은 온갖 불편함과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질병과 죽음의 문제였다. 사원에서의 비교적 안전한 명상 수행과는 전혀 다른 체험이었다. 도와주는 사람도 전혀 없이 혼자 일상의 삶을 산다는 것 자체가 고행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느낀 감정의 변화를 진솔하게 서술하면서 저자는 명상의 의미를 전해주고 있다.

식중독에 걸려 죽음 직전에 이르게 되면서 ‘바르도’를 체험했다고 한다. 바르도는 ‘중간 상태’ 또는 ‘틈’을 뜻하는 티베트어이다. 흔히 죽음과 재탄생 사이의 중간단계를 의미하는데, 저자는 이 바르도를 우리 삶 전반으로 확대한다.

매 순간 우리는 바르도를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호흡과 호흡, 생각과 생각, 사건과 사건 사이에는 틈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이 바르도일 수 있다. 일상에서 죽음과 재생은 끊임없이 거듭된다. 그것을 알아차리며 죽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명상 수행이라고 했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이따금 멈추어 마음을 쉬게 하라고 권한다.

배영대 학술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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