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창설 60주년을 맞아 새 원훈(院訓)을 소개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이라는 문장인데, 이 글씨에 활용된 서체가 정치권 일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정원은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원훈석 제막식을 열고 새 원훈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문장은 국정원의 다섯 번째 원훈으로, 애국심·헌신·충성 등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그런데 원훈석에 쓰인 글씨체가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손글씨를 본뜬 '신영복체'(정식 명칭 '어깨동무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약 20년 동안 복역한 인물이다. 전향서를 쓰고 1988년 가석방된 이후에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 저서를 통해 대표 진보 지식인으로 평가받았다. 신 교수는 2016년 타계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신 교수의 글씨체가 대북 정보 활동을 하는 국정원의 원훈석에 사용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 교수의 글씨체는 소주 '처음처럼'이나 문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인 '사람이 먼저다'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국정원은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1961년 창설된 이후 37년 동안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를 원훈으로 사용했다. 이 원훈은 초대 중앙정보부장인 김종필 전 총리가 지은 것으로, 37년 동안 쓰였다.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에는 '정보는 국력이다'로 원훈이 변경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8년에는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無名)의 헌신'을 원훈으로 썼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n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