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는 여권이 4일엔 ‘윤로남불’(윤석열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법)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검찰수사를 통해 3년형을 구형받은 윤 전 총장 장모 최모씨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이를 문제삼는 윤 전 총장 측 태도는 그간 그가 강조해온 '공정'이나 '정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지난 3월 4일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나와 윤 전 총장 측이 여권 공세에 대해 “도를 넘었다”고 반응한 것에 대해 “무엇이 도를 넘었다는 것이냐. 가족 관련 여러 의혹에 대해 수사가 제대로 안 됐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부인, 아들, 딸, 그 어머니의 아버지, 동생 등 온 집안을 탈탈 털지 않았느냐. 잘못이 있으면 수사하라고 나와야지 도가 넘었다고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의 얼굴이 들어간 10원짜리 지폐 합성사진을 올리고 “평생 남에게 10원 한장 피해를 주지 않고 산 사람이 있을까. 인간이 아무리 아전인수,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이런 호언장담은 처음 본다. 거울 앞에서 겸손하자”고 적었다. 윤 전 총장이 최근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장 피해준 적이 없다“고 반박한 것을 비꼰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이 지난 6월 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식당에서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마주 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장예찬TV'
조국 전 장관은 이를 ‘윤로남불’(페이스북)이라고 빗대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공정의 반대”라고 표현했다. 윤 전 총장 장모 최씨는 요양병원 보조금 부정 수급 혐의 외에 통장잔고증명 위조 사건으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또 경기 양주시 추모공원 이권 개입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중이다.
윤 전 총장도 여권 공세를 방관만 했다간 자신의 공정·정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태세를 갖추는 중이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르면 다음 주쯤 공개할 대선 준비팀도 당분간 네거티브 대응에 집중할 것 같다. 중상모략식 공세에 여러 명이 투입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위 '처가 리스크'는 윤 전 총장이 앞으로 정치 입문 후 계속 불거질 논쟁거리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국 전 장관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가족 내 비리 문제는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에 야권 대선 주자 진영에선 ‘선(先) 검증’ 주장도 나온다. 한 야권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야권의 검증 공방이 주먹다짐 정도라면 민주당과의 본선은 죽기 살기로 칼로 맞서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반대로,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석열 보호론'도 만만치가 않다. 이날 대전 KT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당 전당대회 합동 연설회에서 나경원 후보는 “민주당이 ‘윤석열 파일’ 운운하는데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소속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윤 전 총장 측 말꼬리 잡기를 그만하라”는 엄호성 글을 올렸다. 당 밖에서는 윤 전 총장 지지모임을 결성한 정용상 동국대 명예교수가 방송에 나와 “윤 전 총장 장모 등에 대한 네거티브성 언론 플레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소모적인 정치권 논쟁을 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