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 질타해도 안통한다···석달째 LH 손못대는 與의 고민

중앙일보

입력 2021.06.04 17:31

업데이트 2021.06.04 17:42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두 차례 당정회의에서 LH개편안을 민주당에 보고했지만, 의원단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이에 4일 국토부는 개별 의원단을 접촉하고 나섰다. 오종택 기자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두 차례 당정회의에서 LH개편안을 민주당에 보고했지만, 의원단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이에 4일 국토부는 개별 의원단을 접촉하고 나섰다. 오종택 기자

지난 3월 초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불법 투기에 대한 개선안을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석 달이 지나도록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LH 조직 개편안에 대한 당·정 이견 탓이다. 민주당에선 “국민들이 만족할 수준이 아니면 역풍을 맞는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토교통부 실·국장에게서 LH 조직개편안을 보고받았다. ▶단순분할(토지 및 주택공사로 분할) ▶별도분할(LH에 토지·주택공급 기능 유지하고 별도 ‘주거복지공단’ 신설) ▶지주회사 전환(LH를 ‘주거복지공단’의 자회사로 축소) ▶조직축소(부서·인력 감축) 등 4가지 안이었다.

민주당 국토위 소속 초선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에 “국토위에선 4가지 안을 모두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며 “공공성 확보 및 내부통제 방안 등 의원단 의견도 국토부에 제시했다”고 말했다.

“차관!” 질타 이어진 당·정회의

정부와 민주당 국토위 소속 의원단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두 차례 당·정 회의를 통해 LH 개편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27일 첫 회의에선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주회사 전환안’을 제시했다. LH를 ‘주거복지공단’(신설)의 자회사로 편입하고 LH의 택지개발 기능은 국토부로 이관하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의원단이 “택지개발 기능이 산하기관에 위임돼 LH 사태가 또 벌어질 수 있다”며 전면 보완을 요구했다.

지난 3월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불법투기 의혹은 4.7 재보선에서 여권에 악재로 작용했다. 사진은 LH 세종특별본부. 중앙포토

지난 3월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불법투기 의혹은 4.7 재보선에서 여권에 악재로 작용했다. 사진은 LH 세종특별본부. 중앙포토

그러나 2일 오전 열린 2차 당·정 회의에서도 국토부가 유사한 내용을 제시하자 한 의원이 “차관!”이라며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을 향해 소리치기도 했다. 여권의 한 보좌진은 “국토부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게 의원단 인식”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당정 협의 내용을 송영길 대표도 보고받았지만 뚜렷한 결론은 내지 못한 채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의원단 반대만 확인했다.

당·정 간 줄다리기는 LH 투기문제를 보는 양측의 시각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4·7 재·보궐선거 참패를 지켜본 의원들은 강도 높은 개편안을 요구하지만 LH를 관리·감독해 온 국토부 입장에선 ‘제 살 깎기’식 개편안에는 미온적이다. 국토위 소속의 민주당 재선 의원은 “투명성과 공공성, 국민 공감대를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정부안은 기준 미달”이라고 말했다.

“이러다가 대선 불똥”

LH 개편안 결론을 짓지 못하자 당내에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대선 경선과 개편안 마련 시기가 맞물리며 차기 대선주자에게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충청권 초선 의원은 “LH 사태를 서둘러 매듭짓지 못하면 대선주자에게로 질문이 갈 것”라며 “대선 공약을 내도 국민들이 100% 만족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LH 개편방안은 6일 고위 당정청에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김부겸 국무총리(가운데) 주도하에 정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1

LH 개편방안은 6일 고위 당정청에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김부겸 국무총리(가운데) 주도하에 정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1

이에 송 대표가 이달 중순 전 발표를 목표로 속도를 낼 거란 전망도 있다.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되 LH의 택지개발 기능은 한국부동산원 등 별도 기구에 맡기거나 추가적인 내부통제 조치를 담는 등 ‘절충안’이 추진될 수도 있다. 송 대표는 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이런 방안을 놓고 김부겸 국무총리,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머리를 맞댄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LH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송 대표의 의지가 강하다. 결론을 더는 미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남수현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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