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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적성시험 지원자 역대 최다…“코로나에 갈 곳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1학년도 법학적성시험(LEET)이 열린 지난해 7월 19일 응시생들이 서울 연세대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학년도 법학적성시험(LEET)이 열린 지난해 7월 19일 응시생들이 서울 연세대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를 위한 시험의 원서 접수가 3일 마감됐다. 법학적성시험(LEET) 지원자는 올해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고용감소 여파 등으로 로스쿨 지원자가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원자 증가 폭도 역대 최고

4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협의회)에 따르면 7월에 치러지는 2022학년도 LEET 지원자는 1만 3955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1만 4000여명이 LEET 지원을 위한 원서를 접수했다”며 “역대 가장 많은 지원자로, 전년 대비 지원자 증가 폭도 역대 최고다. 취업 시장이 어려워진 점 등의 이유로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만 3955명은 이전까지 역대 최다 지원자를 기록했던 지난해(1만 2244명)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숫자다. 지원자의 증가 폭도 역대 최고다. 2017학년도 LEET 지원자가 8838명을 기록한 이후 매년 시험 지원자는 꾸준히 늘어왔다. 2019학년도엔 1만 502명, 2020학년도에는 1만 1061명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증가폭은 최대 6%가량이었지만 올해는 전년 대비 13.9%가량 지원자가 늘었다.

"취업 시장 불안…전문직 선호"

LEET를 보기 위해 원서 접수를 했다는 지모(29)씨는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는 3년 차 직장인이다. 지씨는 “이제 30대라 더는 도전할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며 “회사 생활에선 비전을 찾기 어렵고, 전문직 자격증을 취득해야 불황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지원자들은 로스쿨에 대해 “문과의 마지막 구명보트”라고까지 칭했다. 이공계열은 반도체, IT 직군 등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진로가 열려 있고 고등학교 성적에 따라 의대 진학이 가능하지만, 인문계열에서는 어렵다고 봐서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김송희(23)씨도 올해 LEET를 접수했다. 김씨는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로스쿨이라는 법조인이 되는 길을 알게 돼 지난 겨울방학부터 LEET 준비를 시작했다”며 “대학 졸업만으로는 취업이 보장되지 않다 보니 주변만 보더라도 공인회계사, 행정고시 등 전문직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 시장이 계속 불안하다 보니 LEET 지원자도 계속 늘어갈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14대1까지 치솟은 경쟁률 

로스쿨 1년 입학 정원은 2000여명으로 올해 지원자 중에선 7분의 1가량만 로스쿨 입학이 가능할 예정이다. 로스쿨에 진학한 뒤 3년이 지난 후에 볼 수 있는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50% 내외다. 변호사 자격증 취득을 희망하는 사람 중 7%가량만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4월 21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회와 변호사시험 수험생들이 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4월 21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회와 변호사시험 수험생들이 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스쿨 1기 선발 전년도인 2008년 사법시험의 지원자는 2만 3656명으로 23: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로스쿨 제도가 10년을 넘어가고 지원자가 늘면서 점차 사법시험 화 되어간다는 말도 나온다.

"코로나19 여파 상경계 지원 늘어"

김명기 협의회 사무국장은 “송무를 위주로 하는 변호사에 대한 수요뿐 아니라 자문이나 기업 소속 변호사로서 전문성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로스쿨 진학 수요가 느는 추세”라며 “로스쿨 초기엔 법학과나 인문계열 학생의 진학이 많았다면 최근엔 코로나19로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상경계열 학생의 지원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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