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벌금 내라더니 이젠 잘했다고?" 中 '세 자녀 정책' 왜 욕먹나

중앙일보

입력 2021.06.04 13:00

벌금으로 무려 13억 원을 내야 했다. 자녀를 ‘셋이나’ 낳았다는 게 죄였다.
중국 영화계의 거장, 장이머우 감독이 2014년 겪은 얘기다.

인구 감소 위기를 맞은 중국 [사진 셔터스톡]

인구 감소 위기를 맞은 중국 [사진 셔터스톡]

그러나 10년도 채 되지 않아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31일 ‘모든 부부는 자녀를 3명까지 낳을 수 있다’고 허용한 것이다. 장이머우 감독의 부인은 “우린 이미 임무 완성”이란 의미심장한 글을 SNS에 남겨 화제를 모았다.

수십 년간 ‘한 자녀 정책’이란 산아제한 지침을 고집했던 중국 정부가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인구 고령화와 감소 문제가 발등에 불로 떨어진 탓이다. 지난 2016년 아이를 2명까지 낳을 수 있게 한 데 이은 것이다.

출산율 하락으로 고심이 깊은 중국 [사진 셔터스톡]

출산율 하락으로 고심이 깊은 중국 [사진 셔터스톡]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실 중국 정부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공산당의 대표적인 ‘억압적 정책’으로 꼽혀왔던 산아제한책이 악의적이었을 뿐 아니라 무의미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여성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긴 ‘한 자녀 정책’의 잘못된 점을 돌아보는 성찰은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 중국 정부 ‘세 자녀 정책’에 쏟아지는 냉소

중국 사람들의 반응 역시 차갑다.

출산하고 아이를 기르기 쉬운 환경부터 조성하란 성토가 이어진다. 가족이 겪었던 트라우마에 대한 정부 배상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낙태와 피임장치 등을 폭력적으로 강요당한 사연들이 온라인에 줄줄이 올라오는 중이다. 어떤 네티즌은 “출생 신고가 되지 못한 탓에 공무원들이 집에 찾아오면 연못에 뛰어들어야 했다”는 어린 시절을 토로하기도 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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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출산 정책의 타깃인 중국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회의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은 현재 ‘싱글족’이 가장 많은 나라이며,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는 딩크족 역시 크게 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주택 비용 상승을 비롯한 경제적인 문제로 많은 젊은이가 부모가 되는 일을 회피하고 있으며, 이들은 ‘나 자신을 위한 삶’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라는 설명이다.

2018년 아시아여성연구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17세 이하 자녀 한 명을 양육하는 데 드는 돈은 약 3만 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 평균 연봉의 7배에 달하는 큰돈이다.

NYT는 “심지어 젊은 나이에 ‘문화적 금기’를 깨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발적으로 정관 수술을 받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며 “이들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은 중국 정부의 새로운 정책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중국 [사진 셔터스톡]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중국 [사진 셔터스톡]

◇ 개인의 선택 존중하는 것이 먼저

무엇보다 이런 출산 정책을 두는 것 자체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출산을 제한하는 것에서 장려하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은 완전히 바뀌었지만, 새로운 정책 역시 개개인의 성적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라며 “중국 정부는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가족계획에 개입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한 것은 2016년이지만 출산율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산 독려를 위해서는 아이를 낳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등 매우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FT)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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