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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라도 영상' 실수 아니었다? 영상 제목이 "Pyongyang"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P4G 서울 정상회의 개막영상에 사용된 북한 평양 능라도의 위성사진. V업체는 영상구매사이트에서 이 영상을 59달러에 구매한 뒤, 이를 개막영상에 활용했다. [온라인 캡쳐]

P4G 서울 정상회의 개막영상에 사용된 북한 평양 능라도의 위성사진. V업체는 영상구매사이트에서 이 영상을 59달러에 구매한 뒤, 이를 개막영상에 활용했다. [온라인 캡쳐]

P4G 서울 정상회의 개막영상에 등장한 평양 능라도의 위성사진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위성사진의 좌표가 북한의 평양이란 점을 알면서도 이를 개막영상에 활용한 정황이 드러나서다.

4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측이 P4G정상회의준비기획단에 확인한 결과 해당 영상을 제작한 V사는 온라인 영상구매사이트에서 능라도 위성사진이 포함된 영상을 구매해 개막영상에 활용했는데, 이 영상의 제목에 ‘북한 평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V사가 이 사이트에서 '코리아' '지구' '위성사진' 등 3개의 검색어를 입력해 찾아낸 영상 중 하나라는게 준비기획단 측 설명이다.

V사가 구매한 영상의 원본 제목은 ‘지구 궤도에서 동아시아 북한 평양으로의 줌인(Zooming in from earth orbit to Pyongyang North Korea in East Asia)’이다. 결과적으로 한국과 서울을 알리는 영상을 제작하는 게 부여받은 업무임을 알면서도 ‘북한 평양으로의 줌인’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활용한 것이다.

P4G준비기획단은 V업체가 영상구매사이트에서 코리아-지구-위성사진 등 3개의 검색어를 입력, 조회수가 가장 많은 영상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해당 영상구매사이트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검색했을 때 나온 구매가능 영상 목록. [온라인 캡쳐]

P4G준비기획단은 V업체가 영상구매사이트에서 코리아-지구-위성사진 등 3개의 검색어를 입력, 조회수가 가장 많은 영상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해당 영상구매사이트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검색했을 때 나온 구매가능 영상 목록. [온라인 캡쳐]

실제 해당 영상구매사이트에서 코리아·지구·위성사진 등 3개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6번째 영상에 문제의 능라도 위성사진이 담긴 영상이 등장한다. 59달러(약 6만6000원)에 판매되는 이 영상은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를 시작으로 북한 평양의 능라도를 빠른 속도로 줌인하다가 다시 이를 줌아웃해 지구의 모습을 비추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P4G준비기획단은 V사가 능라도 위성영상을 사용한 것에 대해 “해당 영상이 한강과 서울 이미지인지 아닌지 확인하지 못한 영상 제작사 측의 실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동강과 한강을 헷갈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영상 제목에 북한 평양이라는 좌표가 명시돼 있는 데다 능라도 위성사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도 아니었다. V사가 활용한 영상 원본을 보면, 줌인했다 다시 줌아웃하는 사이에 카메라가 고정된 채로 능라도 등 평양 전경을 담은 한 장면만 약 20초간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평양 방문시 연설했던 능라도의 5·1 경기장까지 또렷하게 보이는데, 서울과 평양을 헷갈렸다는 해명이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 이유다.

V사가 문제의 능라도 위성사진 영상을 최종 리허설 직전 급하게 개막영상에 삽입한 이유 역시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능라도 위성사진은 P4G 정상회의 전날인 지난달 29일 오후 7시 최종 리허설 직전에 갑자기 삽입됐다. 그 이전의 실무 검증 단계에선 개막 영상에 능라도 위성사진이 담기지 않았다.
이와 관련 준비기획단은 “(능라도 위성사진 관련) 오류는 행사 직전까지 세부사항을 편집·수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해당 오류는 최종 리허설시 처음 상영된 것으로, 순식간에 지나가는 해당 부분을 식별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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