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운전' 오빠 몰아냈다, 아워홈 세자매의 반란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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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 [중앙포토]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 [중앙포토]

아워홈에서 경영권을 놓고 세 자매가 반란에 성공했다. 4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보복 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구본성 부회장을 아워홈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면서다. 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은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주총을 열고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제안한 신규이사 선임안과 보수총액 한도 제한안 등을 모두 통과시켰다.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는 구본성 부회장의 막내 동생이다.

이사회, 구지은 신임 대표 선임

특히 이날 주총에선 신규이사 21명의 선임안이 통과돼 구지은 전 대표가 이사회를 장악하게 됐다. 신규 이사 대부분이 구 전 대표측 인물이기 때문이다. 구지은 전 대표는 곧장 이사회를 열고, 구본성 부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또 이사회는 구지은 전 대표를 아워홈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구 전 대표는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새로 아워홈을 맡게 됐다. 이 선택이 곧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전 직원이 공감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최근 몇년 동안 아워홈은 과거의 좋은 전통과 철학을 무시하는 경영을 해 왔다"며 "신임 대표로서 아워홈을 빠르게 되살리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구본성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끼어들기 보복운전' 관련 특수상해 등 선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구본성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끼어들기 보복운전' 관련 특수상해 등 선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아워홈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삼남인 구자학 회장이 1984년 식자재 공급사업을 위해 세운 회사다. 그동안 장남인 구본성 부회장이 전문경영인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구자학 회장은 4명의 자녀를 뒀다. 구본성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씨, 차녀 구명진 캘리스코 대표, 삼녀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다. 구본성 부회장은 아워홈 지분 38.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하지만 세 자매의 지분(구미현 19.28%, 구명진 19.6%, 구지은 20.67%)을 모두 더하면 59.55%다.

범LG가 아워홈 지분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범LG가 아워홈 지분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사진 아워홈 홈페이지]

[사진 아워홈 홈페이지]

업계에선 세 자매가 규합해 장남인 구본성 부회장의 경영권을 흔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장녀인 구미현씨가 구지은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게 결정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구미현씨는 2017년 구본성 부회장과 구지은 전 대표간 '남매의 난' 때는 오빠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구미현씨가 동생 구지은 전 대표의 손을 잡은 것이다. 구 부회장이 지난해 저지른 '보복 운전'이 최근 알려지며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킨 게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다. 구 부회장은 3일 1심에서 징역 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구자학 회장의 네 자녀 중에선 구지은 전 대표와 구본성 부회장만 경영에 참여했다. 구 전 대표는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해 외식사업을 주도하며 2015년엔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구본성 부회장이 2016년부터 경영에 참여하면서, 구 전 대표는 아워홈의 외식기업인 캘리스코 대표로 밀려났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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