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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배워야 하나" 문화 자부심 강한 中, 그들의 영어수준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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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독자가 묻고 차이나랩이 답하다〉에서 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100개국 중 38위, 본토 1위는 상하이 #영어 시험 폐지론에 대한 입장 엇갈려

“중국에서 영어는 공용어화가 되어가고 있나요?”

중국어를 모른다면 중국 본토 (자유) 여행이 가능할까요? 어쩐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국제어(international language)인 영어가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 때문인데요. 대도시나 유명 관광지가 아니고서야 자유로운 소통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중국은 프랑스와 더불어 문화 자부심이 강한 나라로 꼽힙니다. 그래서인지 중국인이 굳이 영어를 배워야 하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14억 인구를 가진 데다 G2로 부상하면서 국제적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그렇다면 현재 중국인의 영어 수준은 어떨까요? 중국 현지에서 영어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우선 최신 자료부터 살펴봤습니다. 2020년 글로벌 교육기업 EF(Education First)이 발표한 영어 숙련도 지수(EF EPI: English Proficency Index)입니다. EF 표준 영어 시험(EF SET)의 응시 결과를 바탕으로 매해 발간돼, 비영어권 성인의 영어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 자료인데요.

2020 EF EPI 글로벌 랭킹 [사진 EF EPI]

2020 EF EPI 글로벌 랭킹 [사진 EF EPI]

2020 EF EPI 아시아 랭킹 [사진 EF EPI]

2020 EF EPI 아시아 랭킹 [사진 EF EPI]

중국(본토)는 100개국 가운데 38위를 차지했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 온다면 비교를 해봐야 합니다. 한국은 32위에 올랐고, 일본은 55위에 랭크됐습니다. 우리나라보다는 조금 낮지만, 일본에 비해서는 훨씬 높은 순위라는 거죠. 1년 전과 비교하면 두 계단 오른 결과입니다.

중국 본토 지역별로는 상하이(上海)시의 순위가 가장 높았습니다. 홍콩과 동점을 기록했죠. 이어 베이징(北京)시, 톈진(天津)시, 장쑤(江苏)성, 저장(浙江)성 등이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사진 텅쉰왕]

[사진 텅쉰왕]

공교육 측면에서 중국의 영어 교육은 한국과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과거 중학교 1학년때 시작되던 영어 과목을 초등학교로 그 시기를 앞당겨 시행하고 있는데요. 중국도 지난 2001년 가을학기부터 기존 중학교 1학년에 시작되던 영어 과목을 초등학교에 점진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공립학교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때 영어를 처음 배웁니다. 한국에서 국영수를 묶어 부르듯 중국도 국어, 수학과 함께 영어를 주요과목으로 다룹니다. 중국의 수학능력시험인 가오카오(高考)에도 물론 영어 과목이 있습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대학을 졸업하려면 영어 등급이 필요합니다. 한국 대학생과 취준생이 토익과 토플 시험에 매달리듯, 중국에서는 국가차원에서 만든 대학영어시험(CET 4급, 6급)의 일정 점수 이상을 졸업 조건으로 요구하는 학교가 많습니다. 대학 자체적으로 만든 영어 시험을 통과해야 하거나 학점을 이수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졸업과 취업에서 영어가 주요 요건으로 판단된다는 말입니다.

“4급은 비교적 간단하고, 6급은 난이도가 더 높습니다. 통상적으로 4급이 있으면 졸업할 수 있고, 영어 전공자는 더 높은 급수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중국 대학 졸업자-

사립 학교의 경우 유치원부터 일찌감치 영어 교육이 시작됩니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영어유치원, 영어캠프, 과외, 어학연수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각종 영어 교육이 쏟아지죠. 중국의 빈부격차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영어(외국어) 교육입니다.

공교육이 닿기 전까지 영어를 접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지만 원어민처럼 유창한 영어 실력을 자랑하는 학생도 적지 않습니다. 중국에서도 글로벌 인재가 되려면 영어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학부모가 늘면서 중국은 세계에서 3-6세 조기 어학교육 시장이 가장 빨리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됐습니다.”

캐더린 양 EF 중국 부사장의 말입니다. 중국의 아동 영어교육 시장은 60억 위안(약 1조 원)으로 연평균 20%씩 몸집을 불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영어 사교육으로 성공한 기업들도 많이 탄생했습니다. 신둥팡(新东方 XDF), VIPKID 등이 대표적이죠.

[사진 빕키드닷컴]

[사진 빕키드닷컴]

중국의 영어 사교육 시장은 점점 더 팽창하고 있습니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중국의 영어 사교육 인구(성인 포함)는 약 3억 명에 달하며, 시장 규모는 5000억 위안(약 84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중국 일각에서는 "영어를 굳이 배워야하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입 시험 과목에서 영어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장대(浙江大学) 정창(郑强) 교수는 일전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영어로 인해 우리 청소년들이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며, “영어를 가오카오에서 빼자”고 밝혀 이목을 끌었습니다. 당시 찬성 여론도 많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구밍위안 교수 [사진 바이두바이커]

구밍위안 교수 [사진 바이두바이커]

일례로 베이징 사범대(北京师范大学) 구밍위안(顾明远) 교수는 “영어 학습은 여전히 필수적이며, 대입 시험 퇴출을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청소년의 영어 학습이 향후 과학기술 발전과 개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면 각자에게 맞도록 (전공별로) 등급을 조정하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영어 시험 폐지 논란에 중국 교육 부처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당분간 가오카오에서 영어를 제외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향후 영어의 점수 비중을 점차 줄여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 나갈 가능성은 있습니다.”

[사진 잉글리시웨이닷컴]

[사진 잉글리시웨이닷컴]

중국이란 나라의 발전 속도처럼, 영어 보급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워낙 급격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평균치를 구하자면 다소 낮을지도 모릅니다. 중국이 심각한 도농격차 혹은 빈부격차로 유명한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현재 중국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영어 교육 시장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발언권이 강화됨에 따라 영어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향후 중국 교육 부처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중국인의 영어 사용률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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