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모습 무단 캡처해 공유…업주들의 위험한 CCTV 활용법

중앙일보

입력 2021.06.04 05:00

업데이트 2021.06.04 14:35

A: “냄새는 안 나는데 선글라스끼고 담요 두르고 여기 살고 있어요”

B: “사진 찍어보내주세요. 구경이라도 하게ㅋㅋ”

A: “그래도 되나요ㅎㅎ”

B: 우리끼리 비밀하면 되죠ㅎ

지난달 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오픈 채팅방에서 오간 대화다. 스터디카페 운영자들이 모인 이 공간에서 A씨는 “매일 밤에 와서 10시간 당일권을 끊고 자는 손님이 있다”며 “손님은 자기가 자는지 공부하는지 당신이 어떻게 아냐며 계속 있을 거라는데 이런 경우 다들 어떻게 하시냐”고 자문을 구했다. 이어지는 대화에서 다른 운영자가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구하자 A씨는 CCTV 속 손님의 모습을 모자이크 없이 공유했다.

이 채팅방에 있었던 한 운영자는 “우리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당시 채팅방 안에서 누구도 영상 공유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인 스터디 카페가 늘어나면서 CCTV로 관리하는 사장이 많다. 새로운 업종이다 보니 관련 규제도 부족해서 이런 실수가 나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경각심 및 제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사와 관련없는 사진. 중앙포토·연합뉴스

기사와 관련없는 사진. 중앙포토·연합뉴스

위험한 취미, CCTV 무단 공유

업주들이 CCTV 속 손님의 모습을 무단으로 캡처하고 공유한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1월 카페 운영자들이 모인 한 커뮤니티에서는 “수도권 말씨로 처음 보는 젊은 아가씨가 테라스에서 음료 마실 수 있냐고 물었다. 수도권 처자가 혼자 이 촌구석에 왜 왔는지, 맨다리에 샌들이 인상적이다”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이에 손님 외모를 평가하는 댓글이 많이 달리면서 논란이 커졌고, 해당 카페 사장과 전국카페사장연합회가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 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 연합뉴스

지난 2019년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정국의 열애설도 CCTV 캡처에서 비롯됐다. 한 가게 사장이 자신의 친구에게 정국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여성을 뒤에서 안고 있는 CCTV 캡처 화면을 보냈고, 이를 친구가 "방탄 정국이를 못 알아보고 쫓아낸 친구"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서다. 이에 BTS 소속사 빅히트는 "CCTV 유출 및 불법 촬영 여부 등에 관해 확인 후 개인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에 대해선 강력히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처벌은 어떻게

CCTV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영상정보처리기기(CCTV)의 설치 및 운영과 관련한 조항에 따라 운영이 제한된다. 이 조항에 따르면 CCTV 관리자는 피 감시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설치 목적 및 장소가 포함된 안내판을 두는 등 조치를 해야 한다. 당사자의 허락 없이 CCTV 영상을 수집 및 활용하거나 제삼자에게 제공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가 인정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김경수 변호사(법률사무소 빛)는 “얼굴이 나오지 않더라도 특정 개인을 추측할 수 있는 영상을 무단으로 캡처하거나 공유하는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된다”며 “개인정보보호법상 벌금형에 처하거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고 그 외에도 무단 유포에 따른 정신적 피해가 있다면 위자료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관련 문의가 많은데, CCTV를 통해 타인의 정보를 손쉽게 수집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무단으로 공유하는 행위도 범죄라는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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