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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태우고 '깜깜이 비행'···고려항공 하늘길 11년 막은 EU

중앙일보

입력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승객들이 고려항공 여객기에 탑승하는 모습. [중앙포토]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승객들이 고려항공 여객기에 탑승하는 모습. [중앙포토]

유럽연합(EU)이 북한에서 유일한 항공사인 고려항공의 역내 운항을 엄격히 제한하는 조치를 11년 연속 유지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EU 집행위원회는 2일 발표한 'EU 항공안전 목록'에서 고려항공의 경우 러시아 투폴레프사의 TU-204 기종 여객기 2대를 제외한 나머지 항공기의 역내 운항을 계속 금지한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이번에 개정한 항공안전 목록은 국제민항항공기구(ICAO)의 안전 기준을 토대로 작성됐으며, EU 역내 운항을 전면 금지한 항공사는 모두 103개로 16개국 97개 항공사와 6개의 개별 항공사가 이름을 올렸다.

고려항공은 이란항공(Iran Air)과 아프리카 동부의 섬나라 코모로스항공 (Air Serivce Comoros) 등 3곳과 함께 역내 운항이 엄격히 제한된 항공사로 지정됐다.

EU는 2006년 고려항공을 전면 운항 금지 항공사 명단에 올렸으나 2007년과 2020년에 TU-204 항공기 2대를 도입함에 따라 2010년 엄격한 제한 아래 EU 역내에서 운항할 수 있는 항공사로 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고려항공의 EU 역내 운항은 막혀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조치로 EU가 2016년에 고려항공을 독자 제재 명단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제재에 따라 북한 국적 항공기는 EU 역내를 비행하거나 이·착륙할 수 없다.

제재는 항공기 안전관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항공기는 군사 목적으로 전용(轉用)될 가능성이 있는 품목이기 때문에 부품 수급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이로 인해 보유 항공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후 기종을 완벽하게 수리하거나 교체할 수 없어 안전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2018년 6월 중국 다롄 공항을 출발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 전용기 참매 1호. [교도=연합뉴스]

2018년 6월 중국 다롄 공항을 출발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 전용기 참매 1호. [교도=연합뉴스]

북한은 구소련에서 생산한 일류신사의 IL-62M 2대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 항공기 중 유일하게 모스크바까지 항속거리를 갖춘 기종으로 김정은 전용기인 '참매-1호'도 여기에 해당한다.

'참매-2호'는 2014년 김정은의 특사로 지명된 최용해를 태우고 러시아로 향하던 중 기체 결함으로 회항하면서 우리에게 알려진 기종이다. 2018년에는 당시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당 부부장 일행을 태우고 이동하던 중 관제용 위성통신망(SVAT)을 사용하지 못한 채 '깜깜이 비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정부 당국자는 고려항공이 사용하던 홍콩 위성통신업체인 퍼시픽 센추리 사이버웍스(PCCW)와 계약이 종료되어 위성 통신망을 사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북제재로 인한 사용료 문제인지 장비의 노후화 때문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중국 베이징·심양·상하이·다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고려항공 국제노선은 대부분 지난해 1월 이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운항을 중단했다. 지난 4월 초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베이징 노선의 운항계획을 게시했으나 실제 항공기를 띄우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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