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장세정의 시선

문재인·최재형·김오수, 얽히고설킨 '3각 인연'

중앙일보

입력 2021.06.04 00:35

업데이트 2021.06.0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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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신임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기 2년인 김 총장은 문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총장으로서 차기 대선 국면을 맞게 된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신임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기 2년인 김 총장은 문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총장으로서 차기 대선 국면을 맞게 된다. 뉴시스

김오수 검찰총장의 2년 임기가 지난 1일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여론의 반대를 묵살하고 야당을 패싱하며 단행한 문재인 대통령의 33번째 장관급 인사에 대해 여전히 뒷말이 많다. 김 총장은 취임식에서 "검찰총장으로서 굳건한 방파제가 돼 일체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켜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지만,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허언(虛言)으로 끝날 것이다.

[장세정 논설위원의 시선]
대통령과 최 원장의 엇갈린 선택
김 총장, 최 원장 피고발 사건 지휘
최 원장 대선 출마 여부도 큰 변수
문 대통령 의문의 1승 거둘까?
최 원장 의문의 1패 기록할까?

김 총장에겐 법무부 차관 시절부터 '권력이 총애하는 친정부 성향'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이런 세간의 낙인 때문에 김 총장의 취임식 약속을 의심하는 시선이 여전히 적지 않다. 따라서 "다시 검사가 됐다"는 김 총장은 지금 영광과 오욕의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김 총장의 향후 처신에 따라 문 대통령의 임기 중 사실상 마지막 검찰총장 인사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김 총장 임명 강행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도 제공했다. 문 대통령- 최재형 감사원장- 김 총장으로 이어진 '3각 인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월 최 원장을 임명했고, 지난해 청와대가 강하게 원했다는 김오수 감사위원 카드를 최 원장이 9개월간 제청을 거부했는데, 대통령은 최 원장이 퇴짜 놓은 바로 그 김오수를 기어이 검찰총장으로 발탁했다. 이렇게 세 사람은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관계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 2일 청와대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최 원장의 4년 임기는 내년 1월 1일이라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 9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 2일 청와대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최 원장의 4년 임기는 내년 1월 1일이라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 9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사실 문 정부 출범 초기 청문회를 걱정하는 후보들이 줄줄이 고사하는 바람에 4년 임기의 새 감사원장감을 찾지 못하던 문 대통령은 법조계에서 가장 신망이 높았던 당시 최재형 사법연수원장을 낙점했다. 하지만 취임 이후 최 원장은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청와대 및 여당에 각을 세웠다.

예컨대 청와대가 지난해 4월 공석이 된 감사위원에 김 총장을 임명하려 하자 최 원장은 “감사위원에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이 제청되고 임명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원칙을 고수했다. 지난해 7월 청와대는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지만, 최 원장은 끝까지 버텼다.

그뿐 아니다. 최 원장은 이후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감사, 조희연 서울 교육감의 전교조 해직 교사 채용 비리 의혹 감사 등을 밀어붙였다. 청와대와 친정부 인사의 권력 비리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사 카드를 뽑아 들었다.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돋보였지만, 최 원장의 소신 행보를 집권 세력은 몹시 불편해했다. 급기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월 감사원의 탈원전 감사에 대해 “지금 최재형 감사원장은 명백히 정치하고 있다. 윤석열(전 검찰총장)에 이어 이제는 최재형에게서 같은 냄새가 난다”고 대놓고 공격했을 정도였다.

2019년 11월 국회 법사위에 나란히 참석한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 최 원장은 김 총장의 감사위원 제청을 거부했는데, 반전이 일어나 이제는 김 총장이 최 원장 피고발 사건의 수사 지휘를 하게됐다. 칼자루를 쥔 셈이다.[뉴스1]

2019년 11월 국회 법사위에 나란히 참석한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 최 원장은 김 총장의 감사위원 제청을 거부했는데, 반전이 일어나 이제는 김 총장이 최 원장 피고발 사건의 수사 지휘를 하게됐다. 칼자루를 쥔 셈이다.[뉴스1]

그런데 문 대통령의 김 총장 발탁을 계기로 최 원장과 김 총장 관계에 최근 극적 반전이 일어났다. 기사회생한 김 총장이 최 원장에 대한 고발 사건 수사를 지휘하면서 칼자루를 잡은 것이다. 대전지검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수사에 감사원이 근거 자료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최 원장을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최근 수사에 착수하면서다. 야당은 "권력에 밉보인 최 원장에 대한 정치 보복 수사"라며 최 원장 엄호에 나섰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최 원장은 "고발에 따라 검찰이 내부 절차대로 처리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담담하게 반응했다.

최 원장과 김 총장의 이런 '악연'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내년 1월 1일이 임기인 최 원장이 야당의 희망대로 대선에 뛰어든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12월 9일 이전에 사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김 총장과 집권 세력이 고발 사건 수사를 빌미로 최 원장의 발목을 잡거나 흠집 내기를 시도할 수도 있다. 물론 최 원장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야당의 희망 외에도 '존경받는 원로'로 남아주길 바라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여기서 하나 더 궁금한 것이 있다. 김 총장을 배척한 최 원장의 인물 감별법이 옳았을까, 아니면 김 총장을 발탁한 대통령의 선택이 옳았을까 하는 문제다.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김 총장이 존경받는 총장으로 환골탈태한다면 문 대통령은 '의문의 1승'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파도 파도 미담 제조기"라는 최 원장은 '의문의 1패'를 당할 수도 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 최 원장, 김 총장의 3각 인연 앞에 어떤 굴곡과 변주가 펼쳐질지 지켜볼 일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2017년 12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선서하는 모습. 청문회에서 '미담 제조기'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취임 이후 집권 세력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법대로 감사를 단행했다. [중앙포토]

최재형 감사원장이 2017년 12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선서하는 모습. 청문회에서 '미담 제조기'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취임 이후 집권 세력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법대로 감사를 단행했다. [중앙포토]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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