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을 견인했던 테슬라의 입지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급락하고, 품질 관리에도 이상이 생겼다. 주가도 하락세다.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자동차 메이저들과 전기차 경쟁 #점유율 떨어지며 주가 하향곡선 #볼트조임 불량으로 6000대 리콜 #탄소배출권 수익도 줄어들 전망
2일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지난 4월 테슬라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1%로 전월(29%) 대비 18%포인트나 하락했다. 특히 미국과 더불어 전기차 3대 시장으로 꼽히는 서유럽과 중국에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조사업체 슈미트 오토모티브 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12개월(2020년 5월~2021년 4월)간 독일을 포함한 서유럽 18개국에 등록된 테슬라 차량은 10만2500대다. 같은 기간 폴크스바겐의 순수전기차(BEV)는 20만6400대가 등록됐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완전히 뒤집힌 결과다. 2019년 테슬라는 10만9700대, 폴크스바겐 BEV는 4만6500대를 팔았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EV볼륨즈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서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 1위는 폴크스바겐(21만6009대)이었다. 다음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15만6494대)·스텔란티스(11만2640대)·현대차(10만9095대) 순이다. 테슬라는 5위(10만3346대)에 그쳤다.
중국에서도 신통치 않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3은 올해(1~4월) 중국 시장에서 7만3296대를 팔아 우링홍광 미니(12만5925대)에 크게 뒤졌다. 우링홍광 미니는 GM과 상하이차·우링의 합작법인인 만든 초소형 전기차다.
또 중국 시장에서 생산·판매되는 모델Y(2만1829대)는 BYD의 한(2만7101대), 장성기차의 오라 R1(2만2371대), 체리차의 eQ1(1만8990대)에도 밀렸다. 특히 지난 4월 테슬라의 중국 내 판매량은 전달보다 27% 급감했다. 테슬라는 ‘오토 파일럿’과 같은 반자율 주행, 소프트웨어 실시간 업데이트(SOTA) 등 기존 완성차 업체보다 앞선 기술을 통해 전기차 시장을 선점했다. 그러나 ‘단차(차체 이음새의 틈)’ 등 고질적인 품질 문제, 부실한 사후관리(AS), 다른 브랜드보다 비싼 가격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암호화폐 관련 잇단 구설에 오르면 테슬라에 대한 전 세계 소비자의 반감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주가도 맥을 못 춘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전기차 시장 보고서가 공개된 2일 테슬라의 주가는 장중 4% 이상 떨어졌고, 마감 직전 낙폭(3%)을 줄여 간신히 600달러 선을 지켰다. 올해 들어 테슬라 주가의 하락 폭은 14%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테슬라는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장치의 볼트 조임 불량을 이유로 전기차 5974대를 리콜하겠다고 발표했다.
테슬라에 드리운 먹구름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정책이 정착하게 되면 테슬라가 수익 감소에 직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마크 필즈 포드 전 CEO는 2일 CNBC 인터뷰에서 “그동안 테슬라는 자동차 판매보다 탄소배출권 매매로 더 큰 수익을 벌어들였다”며 “향후 전 세계적으로 저탄소 정책이 확대되면 탄소배출권으로 얻는 수익이 줄게 될 것이고, 그 결과 테슬라는 수익에 대한 더 큰 압박에 시달리게 돼 차량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주·홍지유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