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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령이 민간인 불러 여군 대위 성추행 방조…신고하자 인사 불이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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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군에서 여군 장교가 성추행을 당했는데도 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또 일어났다. 특히 성추행에 관여한 상급자를 피해자와 떼어 놓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의 인사에 불이익을 주도록 내버려 뒀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제때 분리하지 않은 점은 성추행 사실을 신고하고도 군이 이를 은폐하려 하자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 중사의 사건에서도 나타났다.

군내 성추행·은폐·묵인 잇따라 #가해·피해자 분리 등 안 이뤄져

3일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여군 A대위가 민간인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위는 이렇다. 당시 A대위는 상급자인 B대령과 함께 출장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려 했다. 그러나 B대령은 평소 알던 민간인 C씨와 함께 저녁을 먹자며 식당으로 데려갔다. A대위는 “열차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사양했지만 C씨는 이 자리에서 술까지 권했다. 이들이 다른 장소로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B대령은 “너도 성인이니 알아서 잘 판단하라”고 말한 뒤 갑자기 내렸다는 게 A대위의 진술이다. C씨는 혼자 남은 A대위를 부대까지 택시로 태워 보내주겠다고 하면서 동석한 뒤 성추행을 했다는 것이다. A대위는 성추행 피해 충격으로 2주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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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대위는 B대령이 자신에게 술자리 동석을 강요하고 성추행을 방조했다고 부대에 신고했다. C씨에 대해서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A대위는 “술자리에 불려나가는 유흥업소 직원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공군 군 검찰은 B대령의 강요·방조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강대식 의원은 “A대위가 성추행 피해 사실에 대해 일관되게 진술했는데도 군 수사 당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공군은 A대위와 B대령을 분리조치하기는커녕 B대령이 A대위에 대한 인사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그 결과 A대위는 최하위 근무평정을 받았고, 성과급 평가에서도 꼴찌를 기록했다.

이철재·김상진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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