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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내로남불 프레임 극복하자’ 발언 여부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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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재인 대통령은 3일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8명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깊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이 의도와 다르게 된 부분도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 4·7 재·보궐 선거에서 질책받은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잘해온 부분도 많지만, 반성과 성찰해야 할 부분도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여당 초선 68명 청와대 간담회 자리 #참석자 메모 적어 나와 발언 공개 #청와대 “대통령 한 말 절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가 잘한 것은 자신감 있게 잘했다고 이야기하자. 잘해온 정부 정책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초선 의원들의 적극적인 활동도 당부했다. 이어 “우리는 인권·노동·환경 등 이렇게 좋은 가치를 추구함에도 왜 선거에선 지느냐”고 반문한 뒤 “그런 중요한 가치를 추구한다고만 해서 승리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 아니고 시민·대중과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민주당이 4·7 재·보선에서 지고 많이 위축돼 있어 격려 차원에서 말씀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며 서로에게 격려의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며 서로에게 격려의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임기 말 당·청 관계에 대한 당부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내년 대선과 관련해 “좋은 가치를 구현하는 정책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단합하고 외연을 확장할 때 지지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초선 의원들에게 “지지자들과도 손을 맞잡아 달라”고 당부했다.

일부 의원들은 자신들이 기록한 메모를 토대로 문 대통령이 정책 성과와 관련된 대목에서 “내로남불과 위선, 오만이라는 프레임을 우리가 잘 극복해 나가야 한다. 사과도 하면서 잘 극복해 나가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야당이나 언론이 제기하는 내로남불 프레임 때문에 정책의 성과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항변으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이어서 논란을 낳았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내로남불·오만 프레임’이란 표현은 문 대통령이 한 말이 절대 아니다”며 “‘우리가 잘한 것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라도 자신감을 갖고 해야 되지 않겠냐’는 게 정확한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는 오전 10시30분 시작돼 낮 12시3분에 끝났다. 문 대통령이 초선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처음인데 초선 81명 중 68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선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 후 의원 10명이 각 2분 내외로 자유 발언을 했다. “2분 내외씩 발언해 달라”는 청와대 측 요청에 따른 진행이었다. 결과적으로 자유 발언에 20분이 할애됐는데, 반면에 68명이 줄을 서서 한 명씩 대통령과 사진을 찍는 데 20여 분이 걸렸다고 한다.

10명 의원의 발언에서는 정책 제안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전시재정을 편성하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대통령의 확장재정 메시지를 재정 당국이 쫓아가질 못하고 있다”(이탄희 의원)는 등이었다.

브리핑에선 이런 질의응답도 있었다.

대통령이 듣기 불편한 질문은 없었나.
“없었다.”(청와대 핵심 관계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얘긴 없었나.
“그것을 대통령에게 물을 이유를 의원들이 못 느꼈다.”(고영인 의원)

이날 행사를 두고 “사실상 대통령이랑 사진 찍으러 간 자리”(수도권 초선), “요식행위인 게 뻔해서 가기도 싫었는데, 억지로 가자고 해서 갔다. 가서 나는 그냥 졸다 왔다”(다른 수도권 의원)는 반응도 나왔다.

김준영·남수현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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